경주에서 열린 국제마라톤 대회 중 길을 안내해야 할 심판이 제자리를 이탈하는 바람에 마라토너들이 집단으로 코스를 벗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16일 오전 경북 경주 일원에서 벌어진 동아일보 2011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40㎞를 지난 삼거리 교차로에 있어야 할 심판이 다른 지점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바람에 선수들은 정식 코스가 아닌 다른 길로 가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국내 선수 중 1위를 달렸던 오서진(23 · 국민체육진흥공단)과 2위 김지훈(23 · 고양시청) 등 4명이 직격탄을 맞았다. 김지훈은 엉뚱한 길로 뛰다 팀 관계자들의 제지를 받고 뒤늦게 원래 코스로 돌아왔지만 나머지 3명은 줄곧 다른 길을 뛰다가 실격 처리됐다.

현지에서 레이스를 지켜본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프리카 철각이 주를 이룬 선두 그룹 10여명이 40㎞ 지점을 통과한 뒤 10여분이 지나 오서진과 김지훈 등 국내 1 · 2위를 다투는 선수들이 나타났지만 이때 심판은커녕 안내 표지판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최 측은 "원래 이 지점부터 차량과 섞여 뛰어야 하는 곳이라고 미리 선수들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에 집중한 선수들이 코스를 안내하는 심판만 믿고 있다 발등을 찍혔다.

심판은 당시 삼거리 교차점이 아닌 오른쪽으로 코너를 돌아야 보이는 지점에 있었고,선수들은 심판을 보지 못한 채 직진했다.

경주=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