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테스코, 중국 뿌리치고 무의도에 럭셔리 아카데미 지은 까닭은?
세계 3위의 유통기업인 영국 테스코가 한국에 교육센터 ‘테스코 홈플러스 아카데미’를 지었다. 테스코가 이를 위해 투자한 돈만도 520억원이다. 유럽을 비롯해 중국 등에서도 유치를 희망했지만 결국 인천 무의도에 지난 7월 지어졌다.

‘테스코 홈플러스 아카데미’는 개원한지 이제 100일을 맞았다. 인천국제공항에서 10여분을 달려가 도착한 곳은 잠진도선착장. 여기서 5분 가량 배를 타고 들어가면 무의도에 도착한다. 동남쪽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약 5만9303㎡(1만7970평), 연면적 1만6020㎡(4860평)의 교육센터가 나온다.

지난 14일 홈플러스는 기자단에 '테스코 홈플러스 아카데미’를 공개했다. 버스가 도착한 웰컴 플라자는 우주선 모양의 스페이스쉽(Spaceship)이었다. 건물외형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배'를 닮았다. 건물의 콘셉은 ‘배’를 뜻하는 ‘쉽(ship)이다. 숙소동은 유람선형의 크루즈의 모양을 따와 크루즈쉽(Cruise ship)의 디자인이다.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을 포함해 총 22개의 교육장과 일 200명이 이용 가능한 숙소를 갖추고 있다. 연간 2만4000명의 인원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규모다. 이 날은 홈플러스그룹에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들과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KEP) 직원들이 교육을 받고 있었다.

건물 곳곳에는 LED 조명,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인버터, 쿨튜브, 폐열 회수 환기 장치, 전기차 충전기 등의 에너지 절감 요소와 태양광, 태양열, 지열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설 등 총 70가지의 친환경 기술을 적용시켰다. 교육동 뒤편에는 아카데미 연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태양광 발전시설이 있다. 연간 100만㎾ 이상, 아카데미 사용 전력의 100%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에너지 절감을 통해 탄소 발생량은 50%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여 나머지 탄소 발생량 50%도 줄이는 효과를 한다고 한다. 아카데미의 탄소 제로화 노력은 어린 소나무 약 40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2개의 뮤지엄과 문만 열면 공연장으로 변하는 실내외 복합공연장이 있는 로비를 지나 리더쉽을 상징하는 연수동에 들어서자 강의실마다 ‘서울룸’, ‘런던룸’, ‘홍콩룸’ 등 테스코 그룹 14개국의 주요 도시에서 따온 이름들이 붙여져 있다. 연수동 지하 1층에 위치한 부산룸과 제주룸에는 각각 유통업의 특성에 맞는 수산 명장과 축산 명장을 양성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설로 꾸며져 있다.

커뮤니티동 5층에는 탁트인 바다 전경을 감상하며 식사할 수 있는 ‘오션 카페’가 디자인 감각을 뽐내며 자리잡고 있다. 아카데미 서쪽에는 테스코 14개국에서 직접 보내 온 각 국의 조형물들이 전시된 인터내셔널 가든이 위치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고급 프로그램들도 아카데미의 경쟁력 중 하나이다. 특히 세계 14개국의 다양한 문화와 관심을 기업 경영에 도입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스마트 모바일 스쿨 등이 있다. 2만6000여 명의 홈플러스 임직원을 세계 최고의 유통 전문가로 양성시키기 위한 ‘서비스 달인 아카데미’와 ‘수·축산 명장 아카데미’ 등은 타 아카데미와 구별되는 단독 프로그램도 있었다.

입이 벌어질 만큼 럭셔리한 이 아카데미를 한국에 짓기 까지는 10년간의 노력이 있었다. 홈플러스가 1999년 창립된 직후부터 한국에 연수원을 짓자고 영국 테스코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英 테스코, 중국 뿌리치고 무의도에 럭셔리 아카데미 지은 까닭은?
이승한 홈플러스그룹은 회장은 "잊을 만하면 아카데미를 만들어야 한다고 영국 테스코를 설득했다"며 "5년 전 테스코 각국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회의에서 한국에 아카데미를 짓겠다는 발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이 사실이 발표되자 유럽국가들을 비롯해 중국 CEO들은 반발을 했었다고. 유럽국가들은 '왜 본사가 있는 유럽지역에 짓지 않느냐' 등을 이유로, 중국측에서는 '땅 값도 비싼 한국에 왜 짓느냐, 중국에서는 땅을 공짜로 줄 수 있다'고 까지 본사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이렇게 반발을 했던 국가들도 오히려 교육생을 보내고 벤치마킹을 요청하고 있다.

이 회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 요청이 쇄도하는 있어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우리나라 제조업에 세계 최고 수준의 상품이 많은 것처럼, 이 아카데미를 통해 교육의 질과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한국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의 음악이나 음식이 'K팝', 'K푸드'처럼 열풍을 일으킨 것과 같이 한국의 교육도 케이듀(K-Du)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홈플러스는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고 자국으로 돌아간 해외 인재들이 친한국화 될 것도 기대했다.

이 회장은 “위대한 경영자가 남겨야 할 마지막 유산은 사람과 기업문화, 그리고 시스템”이라며 “경영자의 역할은 사람을 어떻게 길러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이 곳에서 교육을 받는 이들에게 확실한 가치를 정립시켜 주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재가 되도록 힘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