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의 추억과 함께 뒤안길로…코닥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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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스토리 - 2030 기자의 아날로그 이야기
코다크롬·롤필름·일회용카메라…
100년 넘게 '필름 시대' 주름잡았지만
디지털 흐름 못 읽어 법정관리 신세될 판
코다크롬·롤필름·일회용카메라…
100년 넘게 '필름 시대' 주름잡았지만
디지털 흐름 못 읽어 법정관리 신세될 판
전설적인 팝 듀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멤버였던 폴 사이먼은 1973년 '코다크롬(Kodachrome)'이란 제목의 노래를 발표했다. "코다크롬/우리에게 온갖 멋진 색을 보여주네/여름의 녹색을 가져다주네/밝은 날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네/나는 니콘 카메라를 갖고 있고 사진 찍기를 좋아해/그러니 엄마,내게서 코다크롬을 빼앗아 가지 마세요. "
◆"내게서 코다크롬을 빼앗지 말라"
코다크롬은 미국의 대표적인 필름 회사 코닥이 만드는 슬라이드 필름의 브랜드다. 1935년 처음 등장한 코다크롬은 흑백이 주류였던 사진계를 컬러로 바꾸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생동감 넘치는 색상 덕에 많은 사진가,특히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에게 사랑받았다.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스티브 매커리의 아프가니스탄 소녀(1985년 6월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 사진) 역시 코다크롬으로 찍은 것이다.
폴 사이먼은 "내게서 코다크롬을 빼앗지 말라"고 했지만 이 필름은 2009년 6월22일 공식적으로 생산 중단됐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코닥의 엑타크롬(ektarchrome) 방식의 슬라이드 필름은 'E-6'란 현상 방식을 이용한다. 반면 코다크롬은 'K-14'란 현상 방식이 필요했다. 두 방식의 결정적 차이는 색을 표현하는 성분의 위치다. 필름면 자체에 색상 성분이 포함된 E-6 방식은 현상도 쉽고 비용도 싸다. 반면 현상액에 색상성분이 들어가 있는 K-14 방식은 현상도 까다롭고 현상하는 사람에 따라 결과도 천차만별이다. 손쉬운 E-6 방식의 슬라이드 필름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K-14 현상이 가능한 현상소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코다크롬은 사진의 역사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이름이 됐다.
참고로 국내에서 코다크롬 현상이 가능했던 시기는 1988년과 그 이듬해 뿐이었다. 서울 올림픽 취재차 방한한 외신 기자들을 위해 K-14 현상 시설을 만들었지만 올림픽 이후 수지타산을 문제로 금세 사라졌다. 국내 소수의 코다크롬 사용자들은 필름 현상을 위해 일본이나 미국의 현상소로 필름을 부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굿바이 코닥
카메라 렌즈 앞에 위치했던 일반 대중이 파인더 뒤로 자리를 옮겨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코닥이란 회사의 공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모양의 카트리지에 든 필름을 만든 회사가 바로 코닥이다. 이 회사는 1888년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합니다(You press the button,we do the rest)"란 광고와 함께 롤필름이 장착된 일회용 카메라를 시장에 내놨다. 이전까지 사진을 찍은 사람이 직접 해야 했던 현상 과정을 코닥이 대신하면서 아마추어 사진가가 대거 생겨났다. 비로소 사진은 예술을 넘어 생활이 될 수 있었다.
100년 넘도록 세계에서 가장 큰 필름회사였던 코닥이 법정관리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주가는 1935년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라고 한다.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었으면서도 이를 발전시키기보단 필름시장의 우위를 계속 지키겠다는 생각이 결국 이 같은 결과를 불렀다고 한다.
사실 필름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일포드,아그파,코니카 등 필름의 역사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회사들은 이제 자취를 감췄거나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필름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디지털 흐름에 발맞췄다는 평가를 받는 후지필름만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기자에게 좋아하는 컬러 네거티브,흑백,슬라이드를 하나씩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160NC,TX,E100G를 말하곤 한다. 공교롭게도 모두 코닥 필름이다. 코닥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해도 1~2년 안에 이 필름들이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부터도 필름 사용량이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반의 반 이하로 줄어든 상황이다. 필름현상소도 점점 감소해 슬라이드 현상을 하려면 충무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코다크롬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 필름도 언젠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공산이 크다. 누군가에게 "내게서 코닥필름을 빼앗지 말라"고 하소연이라도 해야 할까.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내게서 코다크롬을 빼앗지 말라"
코다크롬은 미국의 대표적인 필름 회사 코닥이 만드는 슬라이드 필름의 브랜드다. 1935년 처음 등장한 코다크롬은 흑백이 주류였던 사진계를 컬러로 바꾸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생동감 넘치는 색상 덕에 많은 사진가,특히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에게 사랑받았다.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스티브 매커리의 아프가니스탄 소녀(1985년 6월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 사진) 역시 코다크롬으로 찍은 것이다.
폴 사이먼은 "내게서 코다크롬을 빼앗지 말라"고 했지만 이 필름은 2009년 6월22일 공식적으로 생산 중단됐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코닥의 엑타크롬(ektarchrome) 방식의 슬라이드 필름은 'E-6'란 현상 방식을 이용한다. 반면 코다크롬은 'K-14'란 현상 방식이 필요했다. 두 방식의 결정적 차이는 색을 표현하는 성분의 위치다. 필름면 자체에 색상 성분이 포함된 E-6 방식은 현상도 쉽고 비용도 싸다. 반면 현상액에 색상성분이 들어가 있는 K-14 방식은 현상도 까다롭고 현상하는 사람에 따라 결과도 천차만별이다. 손쉬운 E-6 방식의 슬라이드 필름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K-14 현상이 가능한 현상소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코다크롬은 사진의 역사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이름이 됐다.
참고로 국내에서 코다크롬 현상이 가능했던 시기는 1988년과 그 이듬해 뿐이었다. 서울 올림픽 취재차 방한한 외신 기자들을 위해 K-14 현상 시설을 만들었지만 올림픽 이후 수지타산을 문제로 금세 사라졌다. 국내 소수의 코다크롬 사용자들은 필름 현상을 위해 일본이나 미국의 현상소로 필름을 부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굿바이 코닥
카메라 렌즈 앞에 위치했던 일반 대중이 파인더 뒤로 자리를 옮겨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코닥이란 회사의 공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모양의 카트리지에 든 필름을 만든 회사가 바로 코닥이다. 이 회사는 1888년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합니다(You press the button,we do the rest)"란 광고와 함께 롤필름이 장착된 일회용 카메라를 시장에 내놨다. 이전까지 사진을 찍은 사람이 직접 해야 했던 현상 과정을 코닥이 대신하면서 아마추어 사진가가 대거 생겨났다. 비로소 사진은 예술을 넘어 생활이 될 수 있었다.
100년 넘도록 세계에서 가장 큰 필름회사였던 코닥이 법정관리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주가는 1935년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라고 한다.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었으면서도 이를 발전시키기보단 필름시장의 우위를 계속 지키겠다는 생각이 결국 이 같은 결과를 불렀다고 한다.
사실 필름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일포드,아그파,코니카 등 필름의 역사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회사들은 이제 자취를 감췄거나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필름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디지털 흐름에 발맞췄다는 평가를 받는 후지필름만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기자에게 좋아하는 컬러 네거티브,흑백,슬라이드를 하나씩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160NC,TX,E100G를 말하곤 한다. 공교롭게도 모두 코닥 필름이다. 코닥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해도 1~2년 안에 이 필름들이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부터도 필름 사용량이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반의 반 이하로 줄어든 상황이다. 필름현상소도 점점 감소해 슬라이드 현상을 하려면 충무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코다크롬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 필름도 언젠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공산이 크다. 누군가에게 "내게서 코닥필름을 빼앗지 말라"고 하소연이라도 해야 할까.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