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 · 하원이 12일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한 · 미 양국이 FTA 협정에 서명한 지 4년3개월여 만에 미 의회가 먼저 비준절차를 끝내면서 협정 발효의 돌파구를 연 것이다. 이제 공은 우리쪽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초당적으로 FTA 문제를 매듭지은 미 의회와 달리 우리 정치판은 아직도 싸움질이다. 야당은 재재협상론과 끊임없는 보상론을 들고 나와 발목을 잡고 있고, 여당은 몸을 사리는 그야말로 한심한 작태다.

대한상의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가 어제 일제히 성명을 냈다. 한 · 미 FTA는 단일국가로는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에서 수출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국회가 조속한 시일 내 비준을 마쳐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귀를 막고 있다. 민주당은 미국에 FTA 헌납 운운하며 재재협상론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발목을 잡는 게 주업인 야당은 그렇다 치고 더 가관인 것은 집권여당이라는 한나라당의 우유부단한 처신이다. 한나라당은 한 · 미 FTA 8월 처리를 공언했지만 그야말로 허언이 됐다.

한나라당은 이달 내에 한 · 미 FTA 비준안과 14개 이행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지만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로 FTA비준안을 통과시키도록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나 해대고 있고,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한술 더 떠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한다. 날치기 전문 한나라당이 정작 날치기라도 해야 할 만큼 다급한 FTA 비준안을 놓고는 누구 하나 총대를 멜 생각을 안하고 있는 것이다. 소신도,철학도 없는 집권여당의 한가한 정치인들이다. 항간에는 여야가 내년 총선까지 시간을 끌기로 밀약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내년 1월1일 한 · 미 FTA 발효는 점점 물건너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