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가장 빠른 머신들의 '27兆 전쟁'
1년 동안 5대륙 19개 지역에서 열리는 포뮬러원(F1)은 상업성이 가장 강한 프로 스포츠다. 12개 팀 F1 머신(경주차) 24대와 드라이버 24명은 '걸어다니는 광고판'으로 불린다. 기술과 인간의 한계를 넘는 시속 350㎞의 '광속 질주'에 모터스포츠 팬들은 열광한다. 연간 누적 관중은 400여만명.190여개 나라에서 6억명이 TV로 F1 경기를 시청한다.

◆알론소,3000만유로 최고 연봉

대당 1000억원의 머신을 제작하고 드라이버들을 훈련시키는 팀들은 연간 수천억원의 경비를 쓴다. 영국의 맥라렌팀이 편성한 예산은 한 해 4230억원.이를 전체 12개 팀으로 환산하면 연간 소요 예산은 3조원에 육박한다.

드라이버들의 몸값도 상상을 초월한다. 'F1의 전설'로 불리는 미하엘 슈마허의 전성기 때 연간 수입은 8000만달러 이상이었다. 이 중 연봉은 절반도 되지 않고 대부분은 광고나 관련 상품 판매 수입이었다. 현역 드라이버 가운데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는 페라리팀의 페르난도 알론소로 올해 3000만유로(약 480억원)를 넘어섰다. 2008년 시즌 챔피언인 루이스 해밀턴(맥라렌)은 1600만유로.드라이버들의 연간 수입은 통상 연봉의 두 배 이상이다.

◆F1 시장 규모 연간 27조원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에 따르면 F1 시장에서 움직이는 자금 규모는 연간 27조원.드라이버 연봉,대회 개최권료, TV중계권료,기업 스폰서십,서킷 입장권 판매수입 등을 포함한 액수다.

F1 대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주체는 포뮬러원월드챔피언십(FOWC)이라는 민간기업이다. FOWC는 개최 희망 지방자치단체와 평균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고 독점권을 준 뒤 성과에 따라 계약을 연장한다. 14일 개막하는 코리아 그랑프리의 개최권은 작년부터 2016년까지 7년이다.

유치 도시는 계약의 세부 사항을 외부로 노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무조항을 지켜야 한다. 지불하는 개최권료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유치 도시는 대회당 300억~500억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10년간 12억달러 경제효과

이 같은 금액을 지불하고도 주요 도시들이 F1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막대한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호주 그랑프리 개최지인 빅토리아주가 F1 개최 10주년인 200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호주 그랑프리의 10년간 경제효과는 총 12억달러.일자리는 2만8000여개나 됐다.

지난해 처음 치러진 코리아 그랑프리의 경제적 효과도 상당했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은 생산 유발효과 1조200억원,고용유발효과 9400여명으로 분석했다. 중계방송의 유럽 평균 시청률도 45%로 나타나 뜨거운 열기를 반영했다. 이에 따른 해외 미디어 노출효과는 2조9980억원.윤승중 F1조직위 미디어홍보부장은 "지난해 경제효과에는 경기장과 도로 확충 등 인프라 건설이 포함됐다"면서도 "F1이 목포 해남 등 지역 관광산업 발전과 자동차부품 튜닝 등 관련 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