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곡賞 부활…눈물 글썽인 김준기
강원도 춘천시 문화예술회관에서 12일 열린 제6회 동곡상 시상식장.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1000여명의 정 · 관계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시상식에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은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김 회장의 얼굴엔 벅찬 감회가 묻어났다.

동곡상은 김 회장의 선친인 고(故)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이 1975년 강원도 지역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자신의 호를 붙여 만든 상이다. 조순 전 부총리(당시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장)가 1회 수상을 하는 등 1979년까지 5년간 지역 인재발굴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1980년 신군부가 정권을 잡은 직후 김 전 국회부의장이 운영하던 장학재단이 강제로 해체되면서 동곡상도 없어지는 비운을 겪었다.

따라서 이날 시상식은 동곡상이 32년 만에 다시 부활한 의미있는 날인 셈이다. 김 회장은 "만시지탄이지만 참으로 감격스럽다. 선친께서 살아계셨다면 무척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2년 만에 부활한 동곡상이 앞으로 지역을 넘어 국내와 해외무대에서 활약하는 인재를 발굴하는 최고의 상이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동곡상을 다시 살린 사람은 김 회장이다. 그는 '지역인재 육성'이란 선친의 뜻을 계승하기 위해 1989년 '동곡사회복지재단'을 세웠다. 김 회장은 이 재단에 강원일보 강원여객 등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16개 회사의 주식을 전액 출연했다. 당시 시가로 500억원이 넘는 돈이다. 동곡사회복지재단은 이후 20여년간 강원 지역에 복지시설과 어린이집을 짓는 나눔활동을 펼쳐왔다. 그리고 올해,고 김 전 국회부의장 타계 5주기를 맞아 동곡상을 부활하기로 결정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