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사장이 심폐소생기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이유는?
“혹시나 위험에 빠진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 해서 항상 차에 심폐소생기를 싣고 다닙니다”

김태영 필립스코리아 사장(사진)은 11일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람을 처음에 응급조치만 잘 했더라면 25% 가량은 살았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국내에서 1년에 심장마비로 죽는 사람이 2만5000명인데 이 중에 젊은 사람도 꽤 있다”며 “이런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심폐소생기를 늘 들고 다닐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이 2009년부터 가지고 다니는 심폐소생기는 ‘하트스타트’로 불리는 필립스가 만든 자동 제세동기.제세동기는 심장에 전기 충격을 줘 정상적인 맥박으로 회복시키는 기기를 말한다.가방 크기 정도여서 휴대하기 좋고 사용법도 간단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그는 “일본에는 대부분의 공공장소에 이 기기가 설치돼 심장마비 사망 가능성을 줄이고 있어 우리나라도 제세동기 보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필립스는 1대 당 220만원이 넘는 이 기기를 150대 이상 국내 각종 협회나 기관에 기증했다.지금까지 심폐소생학회나 응급학회 등 심폐소생술과 관련이 있는 단체에 국한됐지만 앞으로 일반 단체로 확대할 계획이다.또 필립스는 “심장에 쇼크가 온 뒤 사망 여부는 4분 안에 응급조치를 잘 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며 2006년부터 ‘심장을 살리는 4분의 기적’이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우리 국회가 2008년 5월 착한 사마리안법의 취지를 수용해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심폐소생기 확산에 기여했다.착한 사마리안법은 자신이 위험에 빠지지 않는 데도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다.

김 사장은 “법이 통과됐다고 응급차가 올 때까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던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금방 변하지 않겠지만 심폐소생기가 많이 보급되면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사장은 이날 “앞으로 필립스코리아는 조명과 헬스케어,라이프스타일 가전을 3대 핵심 사업으로 전개해 기술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며 향후 비전을 제시했다.김 사장은 1982년에 필립스코리아에 입사해 미국 필립스 메디컬시스템즈 이사와 필립스코리아 부사장을 거쳐 2006년부터 필립스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