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정신력' 프로들의 멘탈관리법 들어보니…
지난 주말 끝난 LPGA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최나연(24)과 청야니(대만 · 22)는 샷 대결 못지않게 치열한 '멘탈 싸움'을 벌였다. 최나연은 대회 전 굉장히 예민해져 있었다. 그는 "이번에 우승하면 개인적으로 10승,한국계 100승,대회 3연패 등 가질 수 있는 게 많았다. 집중하기 위해 선생님,친구,부모에게 지금 너무 예민하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했다. 경기 후에도 "멘탈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청야니가 옆 홀로 가 치고 드라이버로 '1온'을 해도 개의치 않고 어떻게든 버디를 잡으려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청야니 역시 "최나연과의 경쟁으로 너무 힘든 하루였다"고 했다. 프로들은 멘탈을 어떻게 관리할까.

◆같은 멘탈 코치에게서 배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알고 지내온 '절친' 청야니와 최나연은 미국에서 같은 '멘탈' 코치를 두고 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멘탈 전문 교육기관 '비전(Vision)54'의 설립자 린 매리어트와 피아 닐슨에게 배우고 있다.

최나연은 첫날 청야니와 라운드하면서 "청야니가 티오프 전 캐디와 실랑이를 벌여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게임을 시작했는데 티샷하기 전 잠시 눈을 감고 기도하더니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억지로 자신을 컨트롤하는 것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같은 멘탈 코치에게 배웠기 때문에 최나연은 청야니가 의식적으로 멘탈을 극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최나연은 "청야니가 3번홀까지 샷이 불안정했지만 티샷 동작에 들어가면서 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티샷을 한 뒤 샷 감각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대단한 정신력' 프로들의 멘탈관리법 들어보니…

◆멘탈 극복 노하우는 프로마다 달라

'비전54'가 멘탈 레슨을 하면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기분이 안 좋을 때 어떻게 빨리 기분 좋은 상태로 돌아가느냐'는 것이라고 최나연은 알려줬다. 방법은 프로마다 다르다고 한다.

'비전54'에서는 선수들에게 '우승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라'는 것을 가르친다. 코치는 선수들의 버릇과 동작 등을 유심히 관찰한 뒤 그에 맞는 진단을 해준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없애기 위해 속으로 숫자를 세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 요령도 가르쳐 준다.

◆난 이렇게 기분을 좋게 만든다

'대단한 정신력' 프로들의 멘탈관리법 들어보니…
'비전54'에서 최나연,청야니 등과 함께 멘탈을 배우고 있는 김송희(24)는 11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GC에서 "코스에서 빨리 기분을 '업'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기분이 다운되면 고개를 자주 숙이는 버릇이 있는데 턱에 볼펜 하나를 받치고 있다고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골프에서 멘탈은 70~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스윙 못지않게 멘탈 레슨이 중요하다"며 "처음에는 왜 이런 걸 해야 하나 싶었지만 하나하나 배우면서 많은 걸 깨달았다"고 했다.

역시 '비전54'에서 멘탈 훈련을 받고 있는 미야자토 아이(일본)는 좋은 감정 상태를 만들기 위해 앞팀이 밀리거나 하면 펄쩍펄쩍 뛰면서 점프를 5~6차례 한다.

최나연은 "기분이 다운될 때는 고개를 숙이거나 말을 조그맣게 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슴을 펴고 걷고 말을 크게 한다"고 밝혔다. 청야니는 "많이 생각하지 않고 화가 나도 웃어버리며 편하게 생각한다. 올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도 이처럼 '멘탈'이 좋아진 덕분"이라고 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