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은행 등 금융회사의 예금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립해온 예금보험기금 12조원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올 들어서만 16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는 등 보험금 지급이 갑자기 늘어서다. 저축은행 계정만 놓고 보면 7조9300여억원 적자다.

예보 관계자는 "현재 확보하고 있는 자금은 1조3000억원을 약간 넘는 수준인데 올 연말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14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계정 자금을 당겨 쓰기 위해 일단 은행에서 차입하고 차입금은 예보채를 발행해서 갚아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보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2003년 1월 기금을 조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예보는 2003년 이후 지금까지 11조9800억원을 기금으로 조성했다.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에서 보험료를 받아서다.

예보는 그간 부실 저축은행의 예금자들에게 1인당 5000만원까지 원리금을 보장해 주기 위해 10조3000억원을 썼다. 지금까지 지급한 보험금 10조6500억원의 97%다. 원래는 각 계정 간 차입이 불가능했다. 은행이나 보험사가 낸 보험료로 저축은행 부실을 메우는 데 사용할 수 없었다. 영업정지되는 저축은행이 늘자 당국은 지난 4월 급히 '저축은행 특별계정'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다른 금융사 계정에서 4조6700억원을 끌어왔다. 외부에서도 3조4200억원을 차입했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우선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에게 자금을 지급해야 한다. 토마토 제일 등 지난달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도 대기하고 있다. 예보는 이 저축은행들의 예금자들에게 줘야 하는 돈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축은행 특별계정의 운영 기한을 5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향후 3년간 매년 1000억원씩 출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