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밥그릇싸움에 행정 개편 지연" 64%
지금의 행정구역체계는 1896년 대한제국이 선포되면서 시행된 틀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110여년 전에 마련된 낡은 행정구역이 지역주의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지난 8월 시 · 군 · 구 통합기준을 만들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13년 6월까지 개편을 완료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고 2014년 지방선거는 그 결과에 따라 치러야 한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답보상태다.

행정구역 개편 관련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이다. 도 · 농 통합 외에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다 2005년 10월 17대 국회 행정체제개편특위 활동을 시작으로 논의가 본격화됐다. 2006년 2월 특위는 전국을 70개 광역시로 개편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가 무산됐으며 정부는 2009년 자율통합 신청을 받았다.

수도권 7곳,충청 5곳,호남 3곳,영남 3곳 등 18곳에서 신청을 했으나 실제 창원 · 마산 · 진해 1곳만 통합됐다. 이렇게 행정구역 개편 추진이 지지부진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현재의 광역시와 도를 없애자는 의견이 50.8%로 바꾸지 말자(49.2%)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행정구역 개편이 지연되는 이유로는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63.6%)이 1순위로 꼽혔다. 행정구역 개편이 지연되면서 포퓰리즘(51.1%),지역감정(23.9%) 등의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고 봤다.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 선거에 대해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67.5%)이 유지해야 한다(18.1%)보다 월등히 많았다.

행정구역 개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은 "합리성과 효율성,편리성,지속성 등 장점이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공장 신설시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일일이 사전작업을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어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인구,면적 등 구체적 기준만 따진다면 주민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리적 특성과 지자체의 역사 및 문화 동질성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얘기다.

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는 "천편일률적 통합기준보다는 지역 사정에 맞도록 세부기준을 유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피니언 설문조사에서도 행정구역 개편은 자율적 시 · 군 통합을 위한 점진적 추진이 바람직하다(68.2%)는 게 대세였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

△여야 국회의원=21명(한나라당 13명,야당 8명) △국회 전문위원급 이상=15명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국장급 이상=43명 △대기업 임원급 이상=49명 △중소기업 대표(CEO)=38명 △금융회사 임원급 이상=40명 △대학 교수=25명 △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상=22명 △공기업 임원=12명 △문화계 인사=10명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