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국내 증시는 11일 최근 가파른 기술적 반등에 이어 속도조절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일 기관 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사흘째 상승, 1760선을 회복했다. 9일(현지시간)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은행들을 지원하는 등 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안정을 위해 포괄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덕에 코스피지수는 오름세로 장을 출발했다. 이후 20일 이동평균선(1765)을 넘어 상승폭을 키웠다. 장중 한때 178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가 급락 공포에서 벗어나 안정을 회복하고 있다” 며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가정한 금융기관들의 자본 확충이 해법으로 제시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을 회복하고 있고, 국내 증시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사자’에 나서 기술적으로 강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 미국 증시는 독일과 프랑스 정상의 유로존 재정위기 안정 합의로 주요 지수가 2∼3%대 급등했다. 이번주 발표 예정인 9월 미국 소매판매가 양호해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경감될 것이란 기대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는 이날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선 최근 비교적 강하게 나타났던 반등 기조가 추가적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

곽 애널리스트는 “유럽 자본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 등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아직은 공격적인 매수 전략보다는 제한된 상승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 며 “기관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원화 약세 수혜와 삼성전자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효과가 기대되는 IT,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정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시 수혜가 기대되는 자동차에 대해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시장의 붕괴 가능성은 낮지만 기술적으로 시장의 추세가 본격적으로 반전하는 시점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며 “시가총액 비중이 큰 IT 업종의 추세반전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시장 전체 추세에도 긍정적이지만 시장 전반의 추세 반전에 대해선 좀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코스피지수의 장기 추세를 판단하는 월간 MACD(이동평균선 수렴 확산지수)는 데드크로스로 반전한 지 이제 3개월이 지났고, 다시 골든크로스로 반전하기 위해선 V자 반등이 전개되거나 적어도 6개월 이상의 기간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란 분석이다.

한편 최근 시장의 기업실적 하향 조정 우려는 다소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중섭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발 금융 불안과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기업이익 추정치가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될 것을 우려, 현재 실적 추정치에 근거한 코스피지수의 저평가 매력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면서도 “애널리스트들의 이익 전망이 빠르게 하향 조정되는 것은 내년 3월 이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한시적으로나마 봉합된다면 올 4분기엔 미국 경기회복 기대가 버텨줘 한국 기업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하향 조정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