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여일을 끌어온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은 김성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민주당 · 사진)이다. 지난 한 달간 중재에 나선 끝에 사측으로부터 '해고자 재고용과 생계비 2000만원씩 지급' 권고안 수용을 끌어낸 것이다.

다만 재고용이 복직을 의미하는 것인지 등을 놓고 노사간 협상 수순이 남아 있어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여야 의원들과 여러 차례 머리를 맞대왔던 김 위원장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가 기업경영에 간섭한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그러면서 노사 문제에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한진중공업 사태는 단순한 사업장의 일이 아니라 '희망버스'가 등장하는 등 부산시민,전 국민의 일이 돼 버렸고,이를 국민 대표인 국회가 모른 체할 순 없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노사가 어려움을 서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청문회 등을 통해 정치인이 기업인을 몰아세울 게 아니라 어려움을 듣고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 어려운 사항도 해결이 가능하고,그게 '정치'"라고 했다. 이어 "회사도 어렵지만 해고자를 재고용하고,가계 소득이 없었던 1년간 생계비로 1인당 2000만원씩 지급한다고 한 만큼 노조도 이제 '복직'이 아닌 재취업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크레인 위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언제까지 거기(크레인)에 있을 수 없다. 내려와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의 많은 부분이 발전하고 있는데 노사는 발전을 안 하고 있다"며 "대화로 풀어야 한다. 한진중공업을 악덕기업으로만 볼 게 아니고 그 입장을 들어보면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 회장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경영 악화 속에서 1400여명의 직원을 유지하는 게 버거운 상황이라고 했는데 이해가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한진중공업이 부산 영도조선소 부지를 팔아 아파트를 짓는다는 소문도 있었다"며 "조 회장이 매우 가슴 아파하고 억울해 하더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조 회장이 부산에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해 기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진정성도 있어 보였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은 올해 국회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며 "지난 주말 '5차 희망버스'는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권고안이 받아들여졌는데도 '희망버스'가 부산에 내려간 것은 성급한 처사라는 얘기다. 정치권에서 합의안을 마련해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 상황에서 시민세력이 더 이상 간섭하면 안 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