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가 지난해 3월 대구 동아백화점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적지 않았다. 동아백화점은 롯데백화점과 대구백화점에 눌려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였던 데다 현대백화점이 대구에 진출하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동아백화점 점포 중 가장 크고 매출을 많이 올리는 쇼핑점 바로 옆인 반월당역 인근에 현대백화점이 대구 · 경북지역 최대 규모로 점포를 신축 중이었다.

현지 유통전문가들은 현대 대구점 개점으로 대구지역 백화점 중 쇼핑점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매장면적이 현대 대구점의 40% 수준인 데다 상품 · 브랜드 구색과 편의시설 등에서도 열세였던 탓이다. 동아백화점 내부에서도 2002년 롯데 대구점 개점 이후 위세가 크게 꺾인 쇼핑점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많았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결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현대 대구점이 지난 8월19일 문을 연 이후 쇼핑점 매출도 급증하고 있어서다. 쇼핑점은 8월19~31일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05% 증가했고 지난달 매출은 35%,구매객 수는 50%가량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 매출 증가율이 20%를 넘는 등 꾸준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개점 이전 쇼핑점의 매출 증가율이 3~7%대였고,대구지역 1위 백화점인 롯데 대구점의 지난달 매출이 1%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신장률이다.

동아백화점은 이를 '빅 점포 효과'로 보고 있다. 현대 대구점 개점 이후 인근 상권에 쇼핑인구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란 설명이다. 현대 대구점이 대구지역 최대 명품 브랜드 매장을 비롯 영화관과 영패션 전문관을 갖춰 고급 소비층뿐 아니라 10~20대 젊은 소비자들을 반월당역 상권으로 끌어들인 것.2009년 3월 부산 해운대에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오픈했을 때 인근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매출이 급증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현대 대구점은 개점 3일간 매출이 100억원을 넘었고,지난달에도 롯데 대구점에 육박하는 수준인 39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순항 중이다. 황보성 동아백화점 과장은 "현대 대구점 개점 이후 상가 임대료가 두 배 이상 오르는 등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유동인구가 늘고 현대 대구점을 찾은 고객들이 쇼핑점에도 들르면서 방문객 수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현대 대구점 개점에 맞춰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상품과 매장을 차별화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월엔 대형 가전매장을 내보내고,이랜드의 중 · 저가 생활용품 매장인 '모던하우스'를 990㎡ 규모로 들여놨다. 1층에는 수입 고가 화장품 매장 면적을 줄이고,병행수입 명품 매장인 '럭셔리 갤러리'를 660㎡ 규모로 확장했다. 현대 대구점에 입점하기 위해 이탈한 일부 고가 브랜드 자리엔 미쏘 스파오 등 이랜드의 중 · 저가 패션브랜드들이 들어섰다.

현대 대구점과 중복되는 브랜드는 거의 없다. 강성민 동아백화점 본부장은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층을 겨냥해 현대 대구점과 상품 · 가격을 차별화한 것이 적중했다"며 "고객 소비 패턴도 두 점포를 모두 방문해 각 점포에서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