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탄생지인 영국 수도 런던과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경제중심지 뉴욕.이 두 도시는 불과 4,5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최고 호황을 누리던 곳이었다. '투자 리스크(위험)는 첨단 금융기법으로 얼마든지 분리해내고 관리할 수 있다'는 기치를 내걸고 '미다스의 손'을 자처하던 거대 투자은행(IB)들이 주무대로 활동했던 곳이기도 하다.

IB 최고경영자(CEO)들의 천문학적인 연봉은 당연했고 젊은이들은 고소득을 보장받는 IB에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늘어섰다.

하지만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휘몰아친 지 3년 만에 이곳은 전쟁터로 변했다. 런던 북부지역인 토트넘은 지난 8월 젊은이들의 방화와 약탈로 파괴됐다. 지금은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젊은이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양극화 해소도 경제성장이 답이다
런던 토트넘처럼 폭력적이지는 않지만 구호는 오히려 더 급진적이다. "자본주의는 악이다"(Capitalism is Evil),"월가를 점령하라"(Occupy the wall street)….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선동적인 구호들이 젊은이들의 입에서 거침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뉴욕에서 시작한 시위는 워싱턴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시카고로 번지고 있다.

반면 제조업 호황과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고성장을 누리고 있는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BRICs로 대표되는 신흥국가들은 중산층이 늘어나고 양극화가 좁혀지는 등 사회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BRICs의 중산층 인구가 주요 7개국(G7) 전체 인구보다 많은 8억명이며,2020년에는 두 배로 늘어난 16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 8%가 넘는 경제성장이 중산층을 두텁게 만들고 저소득층 생계비와 교육비를 지원하는 돈을 안겨줬다.

선진국 대열에 오래 전 진입한 미국과 영국을 신흥국가인 BRICs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성장의 정체는 필연적으로 사회 위기를 잉태한다는 명제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마저 비켜갈 수 없다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과 그 이후의 초저금리 정책,첨단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금융업이 땀냄새 나는 제조업을 대체하고 신경제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믿음은 환상이었다는 사실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이 직면한 '성장의 실패'를 피해갈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정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2000년 이후 최고 8.5%(2000년)의 고성장을 구가하던 국내 경제는 최근 3년간 평균 2.9% 성장에 그쳤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0년 4.1%에서 2020년 2.8%,2030년 1.7%로 떨어질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려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