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의 한 국장급 간부는 경제를 미인대회에 비유했다. 관람객들은 후보의 외모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미의 기준이 제각각일 텐데,누군가 괜찮다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관중들의 반응은 은연중에 심사위원에게 영향을 미친다. 미모 외에 다른 평가요소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된다.

외환과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군중심리는 전염성이 강하다. 정부가 아무리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다고 떠들어도 한 번 투자심리가 흔들리면 안정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최근 "진짜 약을 먹고도 환자가 믿지 못해 차도가 없는 노시보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은 패닉에 빠지기도 하지만 자정능력도 갖고 있다. 지난주 외환 시장이 대표적이다. 4일 원 · 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200원을 돌파했지만 정부의 개입 없이 1190원으로 내려앉았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및 부채구조와 경상수지 등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1200원은 과하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었다. 정부가 아닌 시장이 1200원 선을 지킨 것이다.

시장은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불안과 안정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 정부가 시장의 불안심리를 근거없다고 폄하할 이유가 없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번 주에도 경제주체들의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치들이 잇따라 발표된다. 그 중 12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9월 고용동향이 관심이다.

고용시장은 경기를 판단하는 잣대다.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고용지표만큼은 꿋꿋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취업자가 49만명이나 늘어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2010년 5월을 제외하면 거의 7년 만에 최대 규모다. 실업률도 3.0%에 그쳤다. 9월 수출과 경상수지가 악화된 상황에서 고용시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는지에 따라 우리 경제의 내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11일에는 한은이 생산자물가지수를 발표한다. 8월 생산자물가는 6.6% 상승,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소비자물가는 당초 시장이 예측한 3%대를 뛰어넘는 4.3%를 기록했다. 8월보다는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환율상승에 따른 부정적 요인도 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변동 여부가 결정된다. 시장전망은 동결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외부 불확실성이 어떤 형태로 번질 것이냐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대외적인 불확실성을 이유로 당분간 금리인상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번 주 가장 큰 호재는 미 의회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 맞춰 12일(현지시간) 하원과 상원 본회의를 차례대로 통과할 것이 확실시된다. 우리 정부도 이달 말까지 FTA를 비준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양국 정부의 협정 서명 이후 무려 4년3개월을 끌어온 한 · 미 FTA는 공식 발효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어설 전망이다.

외환시장은 14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회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유로존 위기를 완화할 해법과 함께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시스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