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조기교육, 선행학습, 입학사정관제 확대, 자율형사립고 대폭 신설…. 해마다 바뀌는 입시정책과 경쟁적 교육현실 속 조급해진 부모들은 사교육으로 걱정을 해소하려 한다.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교육비 규모는 약 21조원. 학생 1인당 사교육비를 따져보면 부모들은 월 평균 24만원씩을 지출하고 있는셈이다.

연세대(이규민), 성균관대(도승이,김현진), 충남대(반재천) 교육학과 교수진은 사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한국의 부모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연구진은 신간 '혼자하는 공부가 통한다'(웅진윙스)를 통해 "과도한 사교육에 노출된 아이들은 남이 시켜서 하는 공부에 익숙해져버린 나머지 스스로 공부할 줄 아는 능력이 저하된다"라며 "이런 아이들은 결국 공부 뿐 아니라 인생 자체를 남에게 의존하며 살게 된다"라고 경고했다.

연구진이 주장하는 것은 아이 스스로가 공부에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복합적이고 고차원적인 본능, 순수한 학습에 대한 욕구를 가진 존재이다. 부모는 아이가 모르는 것을 알았을 때의 만족감을 느끼게 도와주며 '공부본능'을 깨워줘야 한다.

당장 내일로 다가온 시험결과에 조바심내기 보다 공부 본능에 따라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는 것. 이때 부모는 애정과 사랑으로 아이를 기다려줘야한다.

집필진은 "누가 먹는 법, 자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스스로 먹고 자는 방법을 아는 것처럼 학습방법 또한 그러하다. 아이들은 스스로 배운다"라고 설명했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아이들은 공부하는 아이들은 공부 자체의 순수한 즐거움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학년이 오를수록 발전해야할 복합적 사고능력 향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아이를 위해 시킨 사교육이 날이 갈수록 아이들을 공부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아이의 지능에 따라 학습능력에 차이가 나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극복하기 힘들 정도의 지능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지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공부하는 방법, 즉 학습전략이다.

- p.84 ‘내 아이에게 맞는 공부방법은 따로 있다‘ 중에서

책의 저자들은 최근 한국 교육의 큰 이슈이기도 한 '자기주도학습'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집필진은 "자기주도학습은 모든 학생을 1등으로 만들어주는 만능학습법이나 몇몇 상위권 학생들만을 위한 고상한 영재학습법이 아니다"라며 "어떤 학생이든 자신의 수준과 처지에 맞게 공부하고, 그 결과 보다 나은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학 전문가들의 오랜 연구 끝에 탄생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 '스윔SWiMM'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스윔 프로그램'은 학습의지, 학습전략, 학습습관, 메타 인지의 총 네 개 영역으로 구성된 프로그램.

스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는 네 가지 영역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학습의지Will

아이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것이다. 학습의욕은 자기주도학습의 출발점이자 학습활동 전반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다. 따라서 아이가 남보다 앞서가기 위해 혹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만족시켜주기 위해서가 아닌,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학습의지가 강화되어 스스로 하는 공부는 어떤 학원이나 과외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효과적이며 성과도 훌륭하다.

-학습전략Strategy

흔히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말한다. 아이 스스로 가장 효과적이고 재미있게 여기는 공부방법은 반드시 존재한다. 다양한 공부방법을 소개하고 그 중 아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학습전략을 선택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학습목표와 그에 따른 학습계획을 수립하는 포괄적인 학습전략으로부터 출발해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 예습·복습, 시험대비, 노트필기, 요점찾기, 자료 검색 및 활용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학습전략을 세워야한다.

-학습습관Management

학습습관이란 시간관리, 과제 미루기, 생활 전반의 자기주도적 태도, 학습환경 등 학습과 관련된 대표적인 네 가지 분야의 습관을 말한다. 학습습관에서 특히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시간관리다.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 사이에서 아이가 순간순간 어떤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주어야 한다. 또한 많은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바로 과제회피 행동이다. 아이가 할 일이나 과제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정작 꼭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때 아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행동에 문제점을 파악하여 이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메타 인지Meta-cognition

메타 인지는 스윔 프로그램의 전체과정, 즉 ‘목표설정 → 계획수립 → 실질적 학습행동’ 전반을 되돌아보고 문제점을 스스로 파악하여 더 나은 학습활동을 하는 인지능력을 말한다. 메타 인지는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 스윔을 완성하는 핵심능력이자 고차원적인 인지과정이다. 메타 인지 능력은 5∼7세경에 발달하기 시작하여 학령기 동안 꾸준히 향상되기 시작하는데,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좋은 성적을 올리는 아이는 메타 인지 활동도 그만큼 활성화되어 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