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정부의 구체적인 기업 보조금 지급 사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차 경기부양 법안의 의회 통과를 촉구하는 6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특히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불이익을 주면서 자기네는 이익을 취하는 매우 공격적인 무역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율 조작도 그 중 하나"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중국의 반응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2009년 인준 청문회 때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미 · 중 환율전쟁의 불쏘시개를 제공했던 적이 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이 추진 중인 위안화 환율 보복 입법에 대해서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의회가 통과시키려는 법이 혹시라도 WTO 규정에 어긋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원의 환율 보복 법안이 하원에서도 통과될지는 두고봐야 한다. 무역전쟁을 우려한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법안 승인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의 하원 의원 226명이 하원의 자체 환율 보복 법안에 서명한 상태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USTR은 공정무역을 해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의 기업 보조금 지급 사례 200개를 WTO에 공식 통보했다. 이 중 상당수가 WTO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