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주(株)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장된 모든 스팩이 공모가를 밑돌면서 거래량이 '0' 또는 한 자리수에 불과한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모가를 밑도는 스팩 중 상장한 지 오래된 스팩의 경우에는 향후 합병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스팩 청산을 목적으로 한 투자처로 활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팩의 경우 설립 이후 3년 안에 합병이 성사되지 않으면 자진 해산되고 공모가에 이자를 더해 돌려받을 수 있다.

◆ 거래량 '0' 스팩도 속출…대부분 스팩 공모가 밑돌아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스팩은 모두 20개(합병성공 스팩제외)다. 합병 절차에 따라 매매 정지된 종목을 제외하고 모든 스팩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대우증권스팩은 공모가 대비 12% 내린 상태다. 미래에셋스팩1호, 현대증권스팩1호도 마찬가지로 12% 하락했다. 나머지 스팩도 10~16%의 하락폭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스팩의 경우에는 거래량이 한 자리수에 그치고 있다. 키움스팩1호는 전날 거래량이 4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에는 거래량이 1주에 불과했다. 한화SV스팩1호도 전날 9주가 거래됐다.

그나마 한 자리수 거래량이 다행인 스팩도 있다. 에스비아이앤솔로몬스팩의 경우에는 거래량이 '0'을 나타내는 거래일도 있었다. 이 스팩은 지난 한달여 동안 5일이 거래량 '0'을 기록했다.

증시에서 하루 거래량이 '0'인 기세종목이 나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일반 보통주의 경우에는 거래량이 '0'이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스팩의 경우에는 거래량과 관련된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 기준에서 제외된다"면서 "거래량과 관련된 별도의 제재요건은 없다"고 설명했다.

◆ 찬밥 신세 스팩,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활용해야"

업계에서는 스팩이 증시에서 외면받으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나 오히려 불안한 증시에서 안전자산과 같은 투자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설립한지 오래된 스팩의 경우 투자매력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스팩은 3년 이내에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관련 규정상 청산 절차를 밟게 되는데 공모 주주의 경우에는 스팩 청산시 공모 투자금에다 이자를 얹어 돌려받을 수 있다. 상장 이 후에 스팩을 장내에서 취득한 주주는 공모가를 하향 하는 종목 중 해산일에 가까운 스팩을 골라 싼 값에 스팩을 매수해 청산 이후 시세 차익과 은행 이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최초 상장 스팩인 대우증권스팩(2010년 3월3일)에 이어 미래에셋스팩, 현대증권스팩1호, 동양밸류스팩은 지난해 3월에 설립된 회사다. 이들이 만약 합병을 못하게 될 경우 3년째 되는 해인 2013년 3월이 되면 자진 해산된다.

이들 스팩은 전날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12~14% 내린 상태다. 이론적으로 스팩이 합병을 성사하지 못하고 해산된다고 가정하면 공모가 밑에서 스팩 주식을 매수할 경우 원금은 물론 청산일에 시세차익과 은행 이자 등을 확보할 수 있다.

예컨대 공모가가 2000원인 스팩의 주식을 10% 낮은 가격인 1800원에 매수한다고 가정하면 스팩의 일반적인 특성상 청산일이 가까워지면 공모가에 수렴하게 되는 만큼 시세차익(10%)과 투자 금액 예치에 따른 은행 이자를 같이 받을 수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스팩의 경우 청산일이 가까워지면 공모가에 수렴하게 되는 특성을 지니는데 청산일과 가깝고 공모가를 밑도는 스팩의 경우에는 중장기적 투자처로 은행 이율 이상의 시세를 낼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스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많이 떨어져 있어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닌 1년 이상의 투자 자금을 굴리는 방안으로 활용하기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공모가를 밑도는 스팩이 합병을 추진할 경우에도 주주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 스팩의 주식매수청구권이 공모가를 웃도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만약 자신이 투자한 스팩이 합병을 진행하게 된다면 향후 주가와 회사의 성장성을 따져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팩 합병법인의 성장성에 의문이 많다면 매입 주당 가격과 주식 매수 청구가와의 괴리율을 이용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방법이 있고, 만약 스팩이 합병 이후 오히려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며 그대로 보유해 시세차익을 노리면 된다.

한 증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스팩이 합병을 신청하고 성사되는 데까지 적어도 6개월은 걸린다"면서 "자진 청산 시점까지 7, 8개월 정도만 남은 스팩의 경우에는 (합병이 무산된 것으로 보고) 안전자산 개념으로 투자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