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이후 유럽발 재정위기가 부각되면서 주식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9월 들어서는 주식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외환시장마저 큰 폭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은 지난 9월에만 10.4% 상승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달러 가치 상승은 비단 원화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 대비 17% 이상 절하됐으며,스위스와 러시아,멕시코 통화도 각각 12% 안팎의 절하율을 보였다.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로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 들어 하향 안정세를 지속했던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인 것이다.

주식시장에 이어 외환시장마저 요동치자 해외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졌다. 해외 주식형펀드는 투자 대상인 해외 주식의 등락은 물론 환율 변화에 따라서도 수익률이 변하기 때문이다.

환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제거하기도 하지만,해외 자산의 특성상 100% 완전한 헤지가 쉽지 않다.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국가에 투자할 경우 그 나라의 환율 변화 위험에 노출된다고 봐야 한다. 지난 9월 브라질 주식시장이 7%대 하락률을 나타냈을 때 설정액 100억원 이상의 국내 브라질 펀드 6개 중 4개는 13% 이상 손실을 봐 손실폭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펀드가 환율 변화로 손해를 본 경우라면 중국 본토 펀드는 혜택을 본 경우다. 중국 본토 펀드 중 환헤지를 한 펀드는 대체로 10% 안팎의 손실을 기록한 반면 환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는 2% 안팎 손실을 보는 데 그쳤다. 수익률 차이가 전적으로 환율 변화 때문은 아니겠지만 환율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환율이란 때로는 이득을,때로는 손실을 줄 수도 있는 요소지만 그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하면서 그 나라 주식시장 전망도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에서 환율의 방향성까지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할 땐 환율 위험은 기본적으로 제거하는 게 정석이란 생각이다.

김정환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장 kjho615@wooriw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