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최근 차세대 성장 엔진을 키우기 위해 인수 · 합병(M&A)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에선 기존 회사나 사업본부를 키우는 것보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업체를 인수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결국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 남으려면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연구 · 개발(R&D)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M&A로 신사업 진출

LG전자는 지난 8월 수처리 사업을 조기 육성하기 위해 국내 공공 수처리 분야의 전문 업체인 대우엔텍을 인수했다. 대우엔텍은 1999년 설립된 대우건설 자회사다. 코오롱이 인수한 환경시설관리공사와 TSK워터에 이어 국내 3위 수처리기업이다. 작년 매출은 317억원,자산은 70억원이다. LG전자는 지난 6월 대우건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우엔텍 매각을 추진하자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다.

실제 대우엔텍은 국내 공공 하수처리 시설에 대한 민간위탁 운영 분야에서 탁월한 사업 실적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LG전자가 수처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우엔텍 인수를 계기로 LG전자는 국내 공공수처리 시설 개량사업과 수처리 솔루션 사업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해외 수처리 시설에 대한 설계 · 시공,기자재 공급에도 나서기로 했다.

LG전자는 일본 히타치플랜트테크놀로지와 손잡고 수처리사업 합작사 'LG-히타치워터솔루션'의 운영에 들어간다. 이영하 HA사업본부 사장은 "전 세계 수처리 시장 규모는 올해 450조원을 넘는 등 매년 5% 이상 성장하는 친환경 미래사업"이라며 "2020년까지 글로벌 수처리 선두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 3월에는 LS엠트론의 공조시스템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이로써 LG전자는 대형 공조기기 생산 역량을 보강, 종합공조 및 에너지 솔루션 업체 면모도 갖추게 됐다.

◆원천기술 확보와 R&D 강화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원천기술과 R&D를 중시하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LG는 구 회장의 이런 의지에 따라 올해 '중장기 전략보고회'부터 R&D 세션을 운영하고 있다. 계열사별 중장기 사업전략을 수립할 때 주력사업 및 차세대 성장사업의 R&D 전략에 대해 따로 세션을 추가해 논의하는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 6월 한 달간 열린 중장기 전략보고회에서 계열사 대표들에게 "5년,10년 이후를 내다보는 긴 호흡의 R&D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새로운 미래 성장사업을 탐색하며 그 분야에서 선행기술과 원천기술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지난 7월에 열린 신임 연구위원들과의 만찬에선 "2등을 추월해도 2등이다. 1등을 추월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1등이 될 수 있다"며 R&D 중요성을 역설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