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는 올해 최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채권단이 지난 7월부터 지분매각을 추진하면서 10년 넘게 끌어왔던 '새 주인'을 찾기 작업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인찾기 작업이 성공하면 하이닉스는 향후 10년 글로벌 반도체 '톱 클래스'에 들 수 있는 투자 여건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메모리반도체 부동의 N0.2

세계 반도체업계에서 하이닉스의 지위는 탄탄한다.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세부적으로 보면 D램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고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는 삼성전자,도시바에 이어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들어 D램과 낸드플래시 값이 하락하면서 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지만 하이닉스의 경쟁력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 원동력은 기술력에 있다. 최근 반도체산업에서 경쟁력을 가를 중요한 요소는 미세나노공정이다. 공정이 미세할수록 반도체를 만드는 웨이퍼 한 장당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D램에서 40나노급 비중을 확대,연말까지 30나노급 비중을 40%로 늘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미세공정을 확보하게 되고 미국 대만 등 경쟁업체와의 기술 격차도 최소 6개월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 차세대 D램인 20나노급 제품도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도 20나노급 고부가 제품 비중을 연말 70% 이상으로 확대하고,차세대 20나노 제품도 연내 양산을 시작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이닉스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는 제품을 미리 개발해 향후 5년 뒤에 벌어질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서 앞선다는 전략이다.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은 M램,Re램,P램 등이다.

이 가운데 M램 분야에서는 지난 7월 일본 도시바와 STT-M램 공동 개발 · 생산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M램은 자기장 변화에 따른 저항의 차이를 이용한 메모리반도체로 10나노급 미세공정에 적용할 수 있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M램은 빠른 동작 속도와 낮은 전력 소비,높은 신뢰성 등 기존 메모리의 장점을 두루 갖춰 고성능 제품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작년 8월에는 미국 HP와 손잡고 Re램(저항변화 메모리)을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에도 착수했다. Re램은 외부 전압 · 전류에 의해 물질의 저항특성이 변화하는 원리를 이용한 메모리반도체다.

◆주인찾기 작업으로 한단계 도약

산업적 측면과 함께 올해 하이닉스는 경영 측면에서도 한 단계 재도약을 이룰 기회를 맞았다. 채권단이 지난 7월부터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STX그룹이 중도에 빠진 가운데 SK텔레콤이 현재까지는 가장 유력한 후보다. 채권단은 11월 초 본입찰을 실시한 뒤 우선협상자 선정을 거쳐 내년 초 매각작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주인찾기 작업이 성공하면 하이닉스는 기술력과 함께 재무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반도체 라인을 하나 짓는 데에는 최소 3조원이 든다.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한해 10조원이 훌쩍 넘는 대규모 투자를 하는 동안 하이닉스는 3조원 안팎의 투자만 해왔다. 매년 벌어들이는 수익에서 일부를 사내 유보해 놓은 뒤 나머지 자금만으로 투자를 집행한 것이다. 반도체 경쟁력이 투자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인수기업이 재무적 지원을 한다면 '몸집'도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정도로 키울 수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