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팬도 빠져들 3色 아리아…"사랑이 뭔지 보여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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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47주년 기념 오페라 '가면무도회' 연습현장
13~16일 예술의전당서 공연
고성현·임세경·정의근 등 정상급 연기자 열연 구슬땀
모성애·리더십·비련 연기 기대
13~16일 예술의전당서 공연
고성현·임세경·정의근 등 정상급 연기자 열연 구슬땀
모성애·리더십·비련 연기 기대
"여자에게는 마음의 방이 하나잖아,어떻게 아멜리에가 '티아모(사랑한다는 뜻의 이탈리아어)'라고 할 수가 있어.그 순간 이미 게임 끝난 거야."(바리톤 고성현) "아닌데….여자들은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안 그래요?"(소프라노 임세경) "아….쓸데 없는 사람을 죽인 거지,이 작품에서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야."(테너 정의근)
서울 서초동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오는 13일부터 나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를 오페라 '가면무도회'의 세 주역들이 나누는 얘기다. 이들은 고전 중의 고전인 이 오페라에 대해 각각의 해석을 내놓다가 한참 뒤 "연습하면서 조금 더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바리톤 고성현 씨는 "이 고전을 두고 아직도 할 이야기가 이렇게 많으니 오페라가 아름다운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베르디가 만든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의 암살 사건을 바탕으로 세 남녀의 엇갈린 운명과 사랑을 다룬다. 1792년 암살 실화를 다룬 외젠 스크리브의 원작에 국왕(리카르도)과 신하(레나토)의 부인(아멜리에) 사이에 허락되지 않은 사랑이 있다는 허구를 가미했다.
프랑스의 압정 아래 이탈리아 재통일이 임박한 19세기 말,이탈리아 독립투사에 의한 나폴레옹 3세 암살미수 사건이 일어나자 검열당국은 베르디에게 이 작품의 작곡 취소명령을 내렸다. 1859년 가까스로 검열을 통과하고 로마 아폴로 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로마 시민들은 "비바 베르디"를 외치며 환호했다. 사랑과 우정,배신 때문에 번민하지만 끝까지 화해와 용서를 이야기하는 국왕 리카르도를 보며 그들은 혁명기 리더상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했다.
아내의 마음을 뺏어간 국왕 리카르도를 증오하고 배신하는 레나토 역의 바리톤 고씨는 "배경은 고전이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요즘에도 심심찮게 벌어지는 일일 수 있다"며 "이 작품에서도 죽음이 등장하는데 재미있게 해석할 여지가 많고 세 남녀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리 정보를 조금 더 알고 오면 관람 후 진지하게 이야기할 소재들이 참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막부터 안정된 아리아로 연습실 분위기를 이끌어가던 테너 정의근 씨는 "왕의 목소리,장난치는 목소리,고뇌하는 목소리까지 다양하게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면서도 "리카르도 역으로만 두 번째인데 힘든 역할이지만 이전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울예고,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1997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05년 예술의전당 기획 오페라 '가면무도회'에서 리카르도 역으로 호평받았다. 그는 특히 3막에서 '그대 영원히 잊을지라도'를 부를 때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1막과 2막을 관통하는 모든 감정들을 한 곡에 쏟아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에 대한 절개와 새로운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인 아멜리아 역을 맡은 소프라노 임세경 씨는 3막에서 부르는 두 번째 아리아를 끝낸 뒤 눈가를 훔쳤다.
그는 "모성애를 표현해야 하고,연기력이 엄청나게 필요한 장면이라 겁이 많이 나지만 베르디의 작품은 다른 것들에 비해 악보와 음악 안에 다 쓰여져 있기 때문에 연습할 때마다 더 몰입한다"고 말했다.
관람 포인트
테너 한 명이 부르는 세 개의 아리아 비교 감상하세요
'가면무도회'는 한 명의 테너가 장면마다 전혀 다른 느낌의 세 아리아를 들려줄 때 감정선을 쫓아가며 듣다 보면 이 작품이 왜 '테너의 오페라'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압권은 1막과 3막의 마지막 합창.1막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리카르도의 관대함을 칭송하는 '조국의 아들'과 3막에서 리카르도가 측근 레나토에게 죽임을 당한 뒤 그를 애도하는 합창이 웅장하다. 3막에서 레나토의 아내에 대한 분노가 왕에 대한 배신으로 변하는 시점의 아리아 '당신의 얼룩진 영혼'은 기존의 곡과 톤을 완전히 바꿔 불러 바리톤 아리아의 꽃이라 불린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무도회 장면.거울로 둘러싸인 연회장에 유리 조각을 엮어 만든 거대한 샹들리에가 내려온다. 화려한 무도회가 시작되면 배우와 관객들까지 무대 속 거울에 비춰진다.
장수동 연출가는 "관객들도 무도회에 초대받은 사람이 되어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