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육과 의료 부문에서는 '보편적 복지'가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혀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임 장관은 5일 서울 상도종합사회복지관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내년 복지 관련 예산안 설명회에서 현 정부의 복지 철학을 묻는 질문에 "보육 · 교육 · 의료 등은 보편적 접근이 불가피한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 분야에서는 모든 이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육예산 3.3%에 불과

복지부에 따르면 보육 관련 내년 예산은 전체 복지예산의 3.3%에 불과하다. 올해보다 4.6% 늘어난 3조원 수준이다. 의료 예산도 전체의 8.5%인 7조8000억원 정도다.

반면 빈곤층 지원 예산은 9조2981억원(전체 복지예산의 10.1%),노인 지원 예산(연금 포함)은 35조4173억원(38.5%)에 달한다. 보육 및 의료와 관련한 복지예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복지부 판단이다. 권덕철 복지부 복지정책관은 "저출산 문제가 부각되면서 보육 분야에서는 보편적 방식 복지가 타당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만 5세 아동의 무상교육을 도입하고 보육시설(어린이집)과 교육시설(유치원)에 공통과정을 도입한다. 지금까지는 소득 하위 70% 계층에만 보육료를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100%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보육료 지원액도 내년 월 20만원에서 2016년까지 30만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정부는 또 보육교사 근무환경 개선비(1인당 월 5만원) 명목으로 407억원을 함께 편성했다. 아울러 △산모 신생아 도우미 지원 확대 △아이 돌보미 지원 단가 인상 등도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추진

복지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늘리는 방식으로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동욱 보건의료정책관도 "지금도 건강보험 등을 통한 전 국민 의료보장체계가 잘 구축돼 있지만 재정 여건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꾸준히 보장성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으로서 급여 지출을 상당 부분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에서 충당하고 있다.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은 "정부는 현행법에 따라 보험료 수입액의 일정 비율을 국고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2013년까지 건보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3조원에 달하는 보장성 확대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재정건전성 지켜질까

임 장관은 '재정상의 여력'을 전제로 보육과 의료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치권의 무차별적 복지 요구를 감안하면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투표권을 가진 노인과 빈곤층에 대한 복지예산 비중을 줄이고 보육과 의료 예산을 늘리는 식의 복지예산 재조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양쪽 모두 급증해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 관계자도 "정치권에서는 기초노령연금 등도 대상자를 늘리고 지원액을 높여야 한다는 식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