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1시께 국내 대표적인 부촌 서울 평창동 세검정로. 인근에 있는 서울예술고등학교 학생 몇몇을 제외하고는 인적이 드물다. 고급 주택가가 즐비한 골목에서 50대 여성 두 명이 구두굽 소리를 내며 대로변으로 내려왔다. 이들이 멈춰 선 곳은 골목 초입에 위치한 스타벅스 종로평창점. 스타벅스 매장 안은 한적한 평창동 거리와 달리 주민, 학생 등 고객 30여명으로 북적였다.

스타벅스가 평창동의 높은 장벽을 허물고 까다로운 사모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평창동은 고급 커피를 선호하는 상류층의 수요성향 때문에 대형 프렌차이즈 전문점이 발을 들여놓기 힘든 지역이었다. 실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창동에는 대형 프렌차이즈 점포 하나 없이 200미터 길이의 골목 사이사이에 5~6개의 개인 수제 커피숍만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스타벅스가 세검정로 대로변에 264m² 규모의 2층짜리 종로평창점을 연 이후 평창동 주민들의 발길이 이곳으로 몰리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종로평창점의 매출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일일 고객 수가 다른 매장보다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 평창동 사모님 입맛 공략한 스타벅스의 '통큰 도전'

스타벅스는 종로평창점 개설과 관련해 "평창동은 구매력이 있는 지역이라서 오픈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다른 커피전문점 업체들은 스타벅스가 복불복의 '통큰 도전'을 했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창동의 경우 인구수도 1만명 가량으로 적고 주민들의 '입이 고급'이라는 인식이 퍼져 대형 프렌차이즈업체가 진출하기 힘들었다"면서 "스타벅스가 실내 분위기나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꾸미긴 했지만 국내 대표적인 상류층이 대중적인 커피 맛을 택한 건 의외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타벅스가 평창동의 높은 부동산 임대료를 감당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통큰 도전의 이유로 꼽았다.

평창동 지역의 부동산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스타벅스의 자리는 33m²당 보증금 1500만원에 월세 150만원이다. 스타벅스가 들어오기 전 국민은행 평창지점이 있었지만 비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뺀 것으로 알려졌다.

파스쿠찌를 운영하는 SPC 관계자는 "커피전문점 업계에서는 경쟁할 대형 프렌차이즈가 없고 고급 커피 수요가 있는 지역으로 평창동을 예의주시했지만 임대료가 워낙 높아 진입할 수 없었다"며 "스타벅스의 진출 성공으로 다른 업체들의 눈이 다시 평창동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 스타벅스 인기로 평창동 커피 트렌드 변화…가격인하 바람도

한편 스타벅스의 인기로 평창동의 커피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기존의 고급 수제 커피숍들이 새로운 수요에 맞춰 가격을 내리고 좌석 수를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

스타벅스 맞은 편에 있는 개인 커피숍은 커피가격을 스타벅스 수준에 맞춰 내렸다. 원두를 직접 볶고 내리는 이 가게는 한 잔에 4000원이었던 아메리카노의 가격을 3600원으로 내렸다. 또 다른 수제 커피숍은 스타벅스의 쇼파처럼 편안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 가게 인테리어를 새로 바꿨다.

한 수제 커피숍 사장은 "스타벅스가 오픈한 이후 커피 주문 고객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대형 프렌차이즈와 경쟁하려면 고객의 수요에 맞추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스타벅스를 찾은 평창동 주민 고경숙 씨(45)는 "수제커피의 맛이 더 부드럽지만 가격이 비싸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라며 "스타벅스를 찾는 동네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미뤄볼 때 평창동 사람들도 '맛'보다 '가격'을 먼저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