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은 9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 올랐다고 4일 발표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8월(5.3%)보다 낮아졌지만 한 달 전과 비교하면 0.1% 올라 오름세가 지속됐다. 농산물 가격이 지난달 안정됐는데도 소비자물가가 오른 것은 국내 경제에 물가불안이 구조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4.1%를 기록한 뒤 꾸준히 4%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달 5%를 넘어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4%대로 낮아진 것은 작년 하반기 배추파동 등으로 물가가 급등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일 뿐 물가가 안정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9월부터는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던 기획재정부도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9월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재정부는 당초 예상이 틀리게 된 주범으로 금반지를 꼽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제 금값 상승에 따라 금반지 가격이 오르면서 예상보다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집세도 전년 동월 대비 4.7% 올라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전셋값과 월셋값이 전년 동월보다 각각 5.4%와 3.1% 올랐다.

부문별로 보면 농산물(-0.7%)만 1년 전보다 하락했을 뿐 축산물은 6.7%,수산물은 8.1% 각각 올랐다. 농축수산물 지수는 2.3%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금반지가 36.2% 급등했고 석유류(16.5%)와 가공식품(8.0%)도 오르면서 전체적으로 7.7% 상승했다.

10월 물가도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소 과일 등 농산물 가격과 이동통신 요금 등은 이달에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환율 급등으로 수입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수입농산물과 공산품 등 환율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품목의 수급과 가격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재정부는 "소관부처를 중심으로 관련협회 등과 민관협력을 강화하겠다"며 "기업의 원가상승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비축 물량을 방출하고 할당관세 적용을 확대하는 등 정책 수단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