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첫 거래일 코스피지수가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공포에 3% 넘게 급락했다. 다만 장 후반 연기금 매수세 유입 등에 힘입어 낙폭을 다소 줄인 지수는 1700선을 회복해 장을 마감했다.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3.46포인트(3.59%) 떨어진 1706.19로 장을 마쳐 사흘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양호한 미국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재차 불거지며 전날 뉴욕증시는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고, 코스피지수도 4%대 폭락세로 장을 출발했다.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전제조건인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 달성에 실패하면서 시장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장 초반 선물 가격 급락과 함께 올 들어 네 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지수선물 12월물의 하락폭이 5%인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돼 오전 9시6분부터 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팔자'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내렸고, 지수는 낙폭을 키워 한때 111포인트 넘게 빠지기도 했다. 다만 연기금(2419억원 순매수) 매수세가 장 후반들어 강화되면서 1700선 회복에 일조했다.

외국인이 닷새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서 전기전자, 운수장비, 화학, 금융 업종 등을 중심으로 455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관은 투신(2750억원 순매도) 매물 부담에 1957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개인은 엿새 만에 '사자'로 돌아서 6497억원 매수 우위로 장을 마쳤다.

차익 매물이 출회되면서 프로그램 매물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차익거래는 2101억원 순매도, 비차익거래는 659억원 순매수를 기록해 전체 프로그램은 1442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음식료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했다. 7% 넘게 밀린 건설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건설업종 대장주인 현대건설이 6%가량 밀렸고,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이 4∼14%대 내렸다.

화학, 의료정밀, 기계, 철강금속, 운수창고, 은행, 증권 등의 업종도 4∼6%가량 급락했다.

시가총액 1∼10위 전 종목이 하락하는 등 시총 상위 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나타냈다.

폭락장에서도 경기방어주군으로 일컬어지는 유통·음식료 등 일부 내수주들은 상승 마감해 돋보였다. 6% 넘게 뛴 CJ제일제당을 비롯해 KT&G, 오리온, 농심, 삼양사, 대상 등이 오름세를 보였다. 신세계가 9월 호실적을 재료로 장중 반등했고, 이마트도 상승했다.

박원순 변호사가 야권서울시장단일후보경선에서 단일후보로 선출됐다는 소식에 '박원순 관련주'로 분류되는 풀무원홀딩스와 웅진홀딩스가 동반 상한가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하락 종목수는 하한가 2개 등 786개에 달했다. 상한가 9개 등 97개 종목이 올랐고, 23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