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대표적인 차세대 여성 정치인이다. 나 후보는 당내 세가 거의 없음에도 높은 대중성을 토대로 지난해와 올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3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때부터 이미 서울시장 후보 1순위로 꼽혔다. 그는 여세를 몰아 이석연 전 법제처장,김충환 의원 등을 제치고 서울시장 후보에 추대되는 영광을 누렸다.

나 후보는 '엘리트 보수'의 전형적 삶을 살아왔다. 사학재단을 운영하는 아버지 아래에서 부유하게 자란 나 후보는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법조인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당내 라이벌인 원희룡 최고위원과 함께 사법연수원 24회인 나 후보는 연수생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판사의 길을 걸었다.

나 후보는 2002년 당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정책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높은 지지율에 비해 노회한 이미지가 강했던 이 전 총재가 젊은 나 후보를 추천받고 단번에 영입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나 후보는 이 전 총재의 대선 패배 이후 변호사로 복귀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당 대변인을 역임하며 당의 간판 정치인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18대 때는 서울 중구에 출마해 민주당 정범구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나 후보는 '승승장구'했다. 18대 국회 전반기 최대 이슈였던 미디어법 처리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간사를 맡아 법 통과를 주도했다. 당시 '미디어법 5적' 등으로 시민단체의 공격을 받기도 했지만 '일을 맡기면 반드시 해낸다'는 이미지를 여권에 각인시켰다.

지난해 6 · 2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오세훈 전 시장에게 패배했으나 유력 후보였던 원희룡 의원과의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하고 본선에서도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보여줬다. 나 후보는 개각 때마다 문화부 장관으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올초부터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하는 당내 공천 개혁안도 주도했다.
나 후보의 최대 강점은 연예인에 버금가는 '대중 인기'다. 나 후보가 유세장에 나타나면 사람들이 주변을 감싼다. 많은 시민들이 휴대폰 카메라 촬영을 요청할 때 인기를 실감한다. 나 후보는 이 같은 높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지난 두 번의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여권 내 여론 지지도 1위를 한번도 내주지 않았다.

곧 출범하는 선대위 선대본부장은 친박계 이성헌 의원과 친이계 진영 의원이 공동으로 맡을 가능성이 높다. 캠프는 △비서실장 강승규 △대변인 안형환 신지호 이두아 △홍보 진성호 배은희 △조직 김성태 △정책 김성식 권영진 나성린 △일정 권택기 의원 등으로 구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딸에 얽힌 사연은 '엘리트 나경원'의 온실 속 화초 이미지를 희석시켜 주는 요소다. 나 후보는 경험담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국회 연구모임인 '장애아이 We Can'을 결성하는 등 장애아 복지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불거진 '장애아 목욕' 문제도 자신의 스토리를 무기 삼아 정면 돌파했다. 사학재단 이사장의 딸로 "고생을 해본 적이 없다"는 일각의 시선은 부담이다. 당장 야당은 5년 전 나 후보가 사학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한 것을 공격하고 있다. 자위대 행사 참석을 놓고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