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정계 인사들에게 금품 ·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해온 이국철 SLS그룹 회장(49)이 3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재소환돼 4일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 회장은 이날 소형 캐리어 1개와 손가방 1개에 신 전 차관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검찰 제출용 자료를 준비해왔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는 이 회장이 '로비용'으로 쓴 상품권 일련번호 등 관련 자료를 확보,조만간 백화점 관계자들을 불러 상품권 사용자를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이 썼다는 신용카드를 발행한 싱가포르 은행의 자료를 확보하는 방법도 고심하고 있다.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 회장은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신 전 차관에게 준 신용카드 사용 명세서 및 그가 사용한 차량 렌트 비용을 대납한 자료를 오늘 검찰에 제출하려고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10년 동안 10억원대의 금품을 줬으며,신 전 차관이 2008년 6월~2009년 9월 사이 신용카드로 약 2800만원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이날 검찰에 낸 자료 대부분은 SLS그룹 해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산업은행이 SLS그룹을 공중분해할 의도가 있었음을 증명할 내부 공문 등 회사가 무너질 당시 자료도 함께 제출했다"고 말했다.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SLS그룹 일본 법인 지사장을 통해 접대했다는 앞서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지사장 권모씨의 연락처,일본 현지 음식점 연락처 등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차장은 "지인의 소개로 권씨를 술자리에서 보긴 했지만 SLS그룹 관계자인지 몰랐고 권씨가 돈을 내지도 않았다"고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반박했다.

검찰은 이날 신용카드와 백화점 상품권 등 금품 전달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명예훼손 혐의 수사,SLS그룹 해체 과정 조사를 병행했다. 검찰은 백화점 측에서 직접 상품권 사용자 명단을 확보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백화점 조사를 통해 일부 사용처가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을 통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 등에게도 2008~2009년 5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줬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제출한 카드 내역도 사용 일자,금액,사용처 정도만 기재돼 있어 실제 사용자가 신 전 차관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카드 명의자인 이 회장을 통해 카드 사용시간 등이 기재된 추가 자료를 받거나 직접 싱가포르 은행 측에서 자료를 확보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