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20년, 폭발적 성장 이후 침체기…사업 다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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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노래방은 회식의 필수 코스였다. 전국을 강타한 오디션 열풍이 말해주듯(TV를 볼 때마다 우리나라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무를 좋아하는 민족 특성상 노래방은 그 역사의 시작과 함께 제대로 ‘흥’했다. 올해로 노래방이 생긴 지 꼭 20년. 동전을 넣고 노래를 부르던 단음 사운드의 코인제 기계에서 HD 영상까지 갖춘 지금의 기계로의 변화만큼이나 노래방 산업에도 숱한 변화가 있었다.
노래방 관련 산업은 크게 노래방(노래연습장) 운영업과 노래방 기계 생산 및 판매업으로 나눌 수 있다. 한국 콘텐츠진흥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전국 노래방 수는 3만5000여 개, 시장 규모는 연간 1조3000억 원이다. 하루 이용객 수는 190만 명으로 업소당 하루 평균 54명이 이용하는 셈이다.
최초의 노래방에 대한 공식 기록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1991년 4월 부산 동아대 앞 로얄전자오락실로 본다. 오락실 안에 작은 방 형태로 아싸전자의 가라오케 기계를 개조한 기계 3대를 설치해 곡당 300원을 넣고 노래를 부르는 방식으로, 번호를 눌러 노래를 선택하고 자막을 보며 노래하는 한국식 노래방의 시작이었다. 그 이전에도 일본식 가라오케가 있긴 했지만 레이저디스크(LD)로 반주를 틀어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었다.
◆카페형 인테리어 프랜차이즈 노래방 대세
1991년 5월 부산 광안리에 노래방 첫 등록 업체 ‘하와이비치 노래연습장’이 생기더니 국민적 호응에 힘입어 이후 노래방이 전국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노래방 출입 제한이 풀린 1993년 노래방 수는 1만5000개까지 늘어났고 이후 1996년 3만5000여 개까지 증가했다. 당시에는 ‘열기만 하면 돈을 번다’는 인식 아래 노래방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을 정도였다.
노래방 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노래방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1990년대 말에는 카페형 인테리어를 갖춘 럭셔리 노래방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다양한 형태의 룸을 갖춘 프랜차이즈형 고급 노래방 붐이 일기도 했다. 이들 럭셔리 노래방은 일반 노래방에 비해 가격이 1.5~2배(2만 원 선으로 룸에 따라 가격이 3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비싼데도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 2007년부터 프랜차이즈 노래방 ‘락휴’를 운영하고 있는 대승인터컴의 김영훈 본부장은 “언제부터인가 노래방이 어둡고 불법적 이미지가 많아져 우리는 밝고 오픈된 이미지로 차별화를 꾀했다”면서 “가족이 함께 와서 즐길 수 있는 노래방을 콘셉트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럭셔리 노래방의 시초인 수노래방을 비롯해 락휴, 질러존, SM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에브리싱 노래방 등 다수의 프랜차이즈 노래방이 있다.
노래방 산업의 본격 성장에는 1991년 말 금영과 TJ미디어(당시 태진미디어) 등 노래방 기계 전문 제조업체들의 등장이 맞물려 있다. 이후 노래방 기계도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다. 단음에 가까운 단조로운 음악에, 배경화면도 없이 까만 바탕에 가사 자막만 흐르던 기계가 1세대 반주기다. 중년층이라면 아마 한번쯤 동전을 교환해 반주기에 넣으면서 노래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중반에 선보인 2세대 반주기는 콤팩트디스크(CD) 체인저가 장착된 반주기로 음악에 코러스가 지원되기 시작했고, 영상도 스틸 사진 이미지와 저용량의 동영상까지 가능해졌다. 2000년대 들어 PC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더 많은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게 돼 뮤직비디오와 가수의 라이브 영상 등을 볼 수 있게 됐고,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4세대 반주기는 고급 미디 음원과 MP3를 기반으로 멀티 채널 음악에 HD 영상까지 지원되고 있다. 현재 노래방 기기 시장은 금영과 TJ미디어가 점유율 65% 대 35% 정도로 양분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SM브라보에서도 반주기를 생산하고 있다. ◆노래방 앱 출시 등 다양화 ‘호재’
활기를 띠던 노래방 산업은 2000대 중반 이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밤 10시 이후 청소년들의 출입이 제한된 것도 있지만 놀이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노래방에 대한 수요도 줄어든 때문이다. TJ미디어의 염항섭 차장은 “노래방 관련 시장은 지속적 증가를 보이다가 2004년부터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놀이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관련 시장이 축소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TJ미디어는 해외 수출을 활발히 하고 있다. 2010년 TJ미디어의 매출 624억 원 중 수출이 384억 원으로 약 6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노래방 시장 침체로 인해 프랜차이즈 노래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노래방이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다. 한국 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전국 노래방의 84% 정도가 연 매출 1억 원 미만이고 그나마 매년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의 ‘2009년 기준 서비스업 부문 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노래방 매출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7.5%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최근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등 복고 음악을 내세운 음악 프로그램과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에 힘입어 다시 노래방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작 노래방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경기도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매출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가족 단위 손님이 이전보다 좀 늘었고 ‘나가수’ 방송이 끝나면 혼자 와서 1시간씩 노래를 부르는 손님들이 가끔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TJ미디어 염 차장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나가수’에서 창출된 음원이 노래방에서 불리는 빈도가 다른 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진 것은 틀림없는 변화”라며 “나가수가 방송된 3월 이후 노래방에서 불린 모든 노래 중 연주 횟수 순위 10위권 내에 나가수 곡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의 출현이 노래방 산업에 호재가 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노래방 기기 생산 업체인 금영 측은 “다양한 방법으로 노래방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면서 “금영의 TV노래방은 디지털 방송과 IPTV 서비스를 통해 월 500만 건 정도 불리고 있으며, 스마트폰의 금영 노래방 앱 다운로드 수는 약 4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대승인터컴·TJ미디어 제공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826호 제공 기사입니다>
노래방 관련 산업은 크게 노래방(노래연습장) 운영업과 노래방 기계 생산 및 판매업으로 나눌 수 있다. 한국 콘텐츠진흥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전국 노래방 수는 3만5000여 개, 시장 규모는 연간 1조3000억 원이다. 하루 이용객 수는 190만 명으로 업소당 하루 평균 54명이 이용하는 셈이다.
최초의 노래방에 대한 공식 기록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1991년 4월 부산 동아대 앞 로얄전자오락실로 본다. 오락실 안에 작은 방 형태로 아싸전자의 가라오케 기계를 개조한 기계 3대를 설치해 곡당 300원을 넣고 노래를 부르는 방식으로, 번호를 눌러 노래를 선택하고 자막을 보며 노래하는 한국식 노래방의 시작이었다. 그 이전에도 일본식 가라오케가 있긴 했지만 레이저디스크(LD)로 반주를 틀어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었다.
◆카페형 인테리어 프랜차이즈 노래방 대세
1991년 5월 부산 광안리에 노래방 첫 등록 업체 ‘하와이비치 노래연습장’이 생기더니 국민적 호응에 힘입어 이후 노래방이 전국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노래방 출입 제한이 풀린 1993년 노래방 수는 1만5000개까지 늘어났고 이후 1996년 3만5000여 개까지 증가했다. 당시에는 ‘열기만 하면 돈을 번다’는 인식 아래 노래방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을 정도였다.
노래방 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노래방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1990년대 말에는 카페형 인테리어를 갖춘 럭셔리 노래방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다양한 형태의 룸을 갖춘 프랜차이즈형 고급 노래방 붐이 일기도 했다. 이들 럭셔리 노래방은 일반 노래방에 비해 가격이 1.5~2배(2만 원 선으로 룸에 따라 가격이 3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비싼데도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 2007년부터 프랜차이즈 노래방 ‘락휴’를 운영하고 있는 대승인터컴의 김영훈 본부장은 “언제부터인가 노래방이 어둡고 불법적 이미지가 많아져 우리는 밝고 오픈된 이미지로 차별화를 꾀했다”면서 “가족이 함께 와서 즐길 수 있는 노래방을 콘셉트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럭셔리 노래방의 시초인 수노래방을 비롯해 락휴, 질러존, SM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에브리싱 노래방 등 다수의 프랜차이즈 노래방이 있다.
노래방 산업의 본격 성장에는 1991년 말 금영과 TJ미디어(당시 태진미디어) 등 노래방 기계 전문 제조업체들의 등장이 맞물려 있다. 이후 노래방 기계도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다. 단음에 가까운 단조로운 음악에, 배경화면도 없이 까만 바탕에 가사 자막만 흐르던 기계가 1세대 반주기다. 중년층이라면 아마 한번쯤 동전을 교환해 반주기에 넣으면서 노래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중반에 선보인 2세대 반주기는 콤팩트디스크(CD) 체인저가 장착된 반주기로 음악에 코러스가 지원되기 시작했고, 영상도 스틸 사진 이미지와 저용량의 동영상까지 가능해졌다. 2000년대 들어 PC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더 많은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게 돼 뮤직비디오와 가수의 라이브 영상 등을 볼 수 있게 됐고,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4세대 반주기는 고급 미디 음원과 MP3를 기반으로 멀티 채널 음악에 HD 영상까지 지원되고 있다. 현재 노래방 기기 시장은 금영과 TJ미디어가 점유율 65% 대 35% 정도로 양분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SM브라보에서도 반주기를 생산하고 있다. ◆노래방 앱 출시 등 다양화 ‘호재’
활기를 띠던 노래방 산업은 2000대 중반 이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밤 10시 이후 청소년들의 출입이 제한된 것도 있지만 놀이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노래방에 대한 수요도 줄어든 때문이다. TJ미디어의 염항섭 차장은 “노래방 관련 시장은 지속적 증가를 보이다가 2004년부터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놀이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관련 시장이 축소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TJ미디어는 해외 수출을 활발히 하고 있다. 2010년 TJ미디어의 매출 624억 원 중 수출이 384억 원으로 약 6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노래방 시장 침체로 인해 프랜차이즈 노래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노래방이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다. 한국 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전국 노래방의 84% 정도가 연 매출 1억 원 미만이고 그나마 매년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의 ‘2009년 기준 서비스업 부문 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노래방 매출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7.5%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최근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등 복고 음악을 내세운 음악 프로그램과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에 힘입어 다시 노래방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작 노래방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경기도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매출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가족 단위 손님이 이전보다 좀 늘었고 ‘나가수’ 방송이 끝나면 혼자 와서 1시간씩 노래를 부르는 손님들이 가끔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TJ미디어 염 차장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나가수’에서 창출된 음원이 노래방에서 불리는 빈도가 다른 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진 것은 틀림없는 변화”라며 “나가수가 방송된 3월 이후 노래방에서 불린 모든 노래 중 연주 횟수 순위 10위권 내에 나가수 곡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의 출현이 노래방 산업에 호재가 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노래방 기기 생산 업체인 금영 측은 “다양한 방법으로 노래방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면서 “금영의 TV노래방은 디지털 방송과 IPTV 서비스를 통해 월 500만 건 정도 불리고 있으며, 스마트폰의 금영 노래방 앱 다운로드 수는 약 4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대승인터컴·TJ미디어 제공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826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