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춤셔츠 입문 가이드

셔츠를 싸게 사는 건 쉽다. 백화점에도 늘 1만원짜리 행사상품이 가득하니까. 하지만 100% 마음에 드는 셔츠를 찾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아무 기성복이나 잘 맞는 표준 체형이 아니고서야 '다른 건 다 좋은데 뭔가 아쉬운' 구석이 하나씩 있게 마련이다. 이런 아쉬움을 해결하는 간편한 대안은 맞춤셔츠다. 몸에 딱 맞게 입는 슬림 핏이 남성 패션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10대 후반부터 50대 이후까지 대중화되는 추세다. 가격도 기성복과 별 차이 없는 3만~5만원대여서 '한번 맛을 보면' 재구매율이 높다. 서울의 유명 맞춤셔츠 매장인 해밀턴셔츠와 함께 '맞춤셔츠 입문 가이드'를 소개한다.



◆옷깃부터 단추까지…수만개의 조합

매장에 가서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하는 것은 원단이다. 매장에 수백 종이 진열돼 있으니 직접 만져보고 물어봐가며 고르면 된다. 착용감이 최우선이라면 수가 촘촘한 순면이 좋지만 구김이 잘 가는 편이다. 면과 폴리에스터를 50%씩 섞은 원단은 착용감이 빳빳하지만 구김이 적고 다림질하기에 수월하다.

색상과 무늬를 고르는 건 전적으로 소비자 자신의 몫이다. 흰색이나 파란색 계열의 솔리드(민무늬) 스타일이 베스트셀러지만 색상감이 선명한 원색의 체크(격자무늬) 또는 스트라이프(줄무늬)의 판매도 늘고 있다.

다음으로 칼라(깃),커프스(소매),플리츠(등주름) 등을 선택한다. 최근에는 노타이 근무가 확산됨에 따라 깃 아래에 작은 단추가 달린 '버튼 다운' 스타일이 인기다.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깃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몸에 정확히 딱 들어맞는 슬림 라인을 선택하는 40~50대 중 · 장년이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흐름이다. 소매에 멋을 내고 싶다면 단추를 2개 다는 '투버튼 커프'나 정통 정장 스타일의 '프렌치 커프'도 시도해볼 만하다. 이외에도 단추 모양과 위치 같은 세부적인 내용을 요구할 수 있다. 맞춤셔츠에는 나만을 위해 만든 옷이라는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이니셜을 수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0명 중 1명은 굳이 맞춤옷 티를 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이니셜을 넣지 않는다.


◆모든 '디테일'을 까다롭게 요구하라

디자인을 결정했으면 마지막으로 몸의 치수를 잰다. '전문가의 손길'로 1분이 채 안 걸린다. 목둘레,가슴둘레,허리둘레,어깨너비,셔츠길이,소매길이,소매둘레 등 7가지를 측정한다. 한 번 재 두면 다음부터는 다시 잴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디자인만 골라 주문할 수도 있다.

가격은 원단에 따라 결정되며 장당 3만7000~5만3000원 수준이다. 면 비율이 높고 수가 촘촘할수록 비싸진다. 9만원대 수입 원단도 있으나 판매량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주문 후 배송까지 1주일 정도 소요되며,택배 비용은 4000원.장기 출장 등의 급한 사정이 있으면 2~3일 안에 받아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도 한다.

셔츠를 맞출 때는 까다롭고 깐깐해야 한다. 이언주 해밀턴셔츠 역삼점 팀장은 "맞춤셔츠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을 구체적으로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알아서 잘 해주세요'라는 요구가 제일 어렵다"고 말했다. 기성복 셔츠 가운데 모든 사이즈가 완벽하게 잘 맞는 제품이 있다면 들고 가는 것도 방법이다. 맞춤 옷은 특성상 환불이 불가능하다.

임현우/양병훈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