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公 사장, 두 달 만에 사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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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이사 자리 두고 내부 갈등說…금융위 "건강 악화돼 스스로 사표"
김경호 주택금융공사(HF) 사장(58 · 사진)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사장으로 취임한 지 두 달도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사표를 내자 그 배경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29일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김 사장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지난 28일 오후 5시께 금융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직서는 팩스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김 사장이 와 달라고 요청해 직접 가서 사직서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2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주택금융공사 국정감사에는 태응렬 부사장이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했다.
◆임원자리 둘러싼 내부 갈등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8월2일 취임한 김 사장은 그동안 업무보고를 받는 등 주택금융공사 현안 파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약 2주일 전부터 공사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았다.
문제의 발단은 상임이사 선임 건이었다. 기존 상임이사 2명의 임기가 만료돼 새 이사를 뽑아야 하는데,이 중 내부 출신 몫으로 배정된 1명의 자리에 누가 가느냐를 놓고 잡음이 일었다.
당초 이 자리에는 공무원 출신인 A씨가 유력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A씨 대신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신을 발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A씨에게 사실상 내정됐다고 통보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1주일도 안 돼 바뀌었다"며 "갑자기 사람을 바꾼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 사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고 상임이사를 바꾸는 과정에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는 내용의 투서가 금융감독당국과 청와대 등에 여러 차례 들어갔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 번 문제가 제기돼 시끄러웠다"며 "대부분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병명도 여러 가지가 제기됐다"며 "건강보험 기록에 드러나지 않게 사설병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했다.
◆건강이상설에 밀려 사퇴?
김 사장과 가까운 한 지인은 "김 사장이 아파서 사표를 낸 것은 결코 아니다"며 "김 사장 본인도 '위에서 왜 사표를 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고 억울해 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도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이사로 근무할 때부터 지병이 있었지만 두 달 만에 갑자기 병세가 악화돼 업무를 그만둘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본인의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주변의 압력에 밀려 사표를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도 "김 사장의 지병이 사퇴 이유라면 2개월 전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왜 걸러내지 못했는지가 오히려 의문"이라며 "자꾸 투서가 들어오니까 지병을 핑계로 청와대나 금융당국에서 사표를 종용하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했다.
반면 금융위 관계자는 "건강 때문에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데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협의한 끝에 김 사장이 스스로 사표를 낸 것"이라며 "윗선의 압력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김 사장은 행시 21회로 재정부에서 국장직을 거친 뒤 열린우리당 수석전문위원(2006년),ADB 이사(2007~2009년) 등을 지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김 사장의 후임으로 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고 전했다. 주택금융공사 측은 김 사장의 사표 제출 이유에 대해 함구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29일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김 사장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지난 28일 오후 5시께 금융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직서는 팩스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김 사장이 와 달라고 요청해 직접 가서 사직서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2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주택금융공사 국정감사에는 태응렬 부사장이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했다.
◆임원자리 둘러싼 내부 갈등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8월2일 취임한 김 사장은 그동안 업무보고를 받는 등 주택금융공사 현안 파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약 2주일 전부터 공사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았다.
문제의 발단은 상임이사 선임 건이었다. 기존 상임이사 2명의 임기가 만료돼 새 이사를 뽑아야 하는데,이 중 내부 출신 몫으로 배정된 1명의 자리에 누가 가느냐를 놓고 잡음이 일었다.
당초 이 자리에는 공무원 출신인 A씨가 유력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A씨 대신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신을 발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A씨에게 사실상 내정됐다고 통보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1주일도 안 돼 바뀌었다"며 "갑자기 사람을 바꾼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 사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고 상임이사를 바꾸는 과정에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는 내용의 투서가 금융감독당국과 청와대 등에 여러 차례 들어갔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 번 문제가 제기돼 시끄러웠다"며 "대부분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병명도 여러 가지가 제기됐다"며 "건강보험 기록에 드러나지 않게 사설병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했다.
◆건강이상설에 밀려 사퇴?
김 사장과 가까운 한 지인은 "김 사장이 아파서 사표를 낸 것은 결코 아니다"며 "김 사장 본인도 '위에서 왜 사표를 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고 억울해 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도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이사로 근무할 때부터 지병이 있었지만 두 달 만에 갑자기 병세가 악화돼 업무를 그만둘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본인의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주변의 압력에 밀려 사표를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도 "김 사장의 지병이 사퇴 이유라면 2개월 전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왜 걸러내지 못했는지가 오히려 의문"이라며 "자꾸 투서가 들어오니까 지병을 핑계로 청와대나 금융당국에서 사표를 종용하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했다.
반면 금융위 관계자는 "건강 때문에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데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협의한 끝에 김 사장이 스스로 사표를 낸 것"이라며 "윗선의 압력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김 사장은 행시 21회로 재정부에서 국장직을 거친 뒤 열린우리당 수석전문위원(2006년),ADB 이사(2007~2009년) 등을 지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김 사장의 후임으로 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고 전했다. 주택금융공사 측은 김 사장의 사표 제출 이유에 대해 함구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