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무회의가 의결한 326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은 일자리가 곧 복지라는 정책기조에 따라 작성됐다고 한다. 정부가 예산안의 이름을 '일자리 예산'으로 정하고 전년보다 6.8% 늘어난 10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편성한 것도 이런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복지 예산은 최근 복지 포퓰리즘 논란을 의식한 듯, '선택적 복지'라는 단어로 규정됐다. 퍼주기 복지가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가 돌아가도록 예산을 안배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복지예산이 늘어나고 있는 속도나 구조에 대해서는 주의깊게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 예산은 92조원으로 6.4% 증가했다. 정부 총지출 대비 비중은 28.2%로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최고 비중이다. 특히 복지 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예산은 8.3%나 늘어난 36조3000억원으로 정부의 총지출 증가율(5.5%)을 크게 웃돈다. 만 5세 어린이 전면 무상교육이나 대학 등록금 지원 등은 퍼주기 복지 논란이 적지 않았던 항목들이다. 결국 시위 등 집단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이 즉각 예산에 반영되고 말았다. 복지 예산 대부분이 관련법에 따라 매년 자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일종의 자동 증식하는 경직성 경비라는 것이다.

정치권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또 어떤 일을 보탤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은 더욱 걱정이다. 선거를 목전에 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에 혈안이 될 것이고 결국 내년 예산은 선심성 예산,누더기 예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4%대 중반으로 예상한 것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제는 장기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 재정지출 상한선은 무너지고 일자리는 정부 생각만큼 늘어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일부에서 내년 예산안을 '장밋빛'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작금의 글로벌 위기가 방만한 국가 재정 때문임은 알려진 대로다. 어느 때보다 깐깐하게 나라 살림을 짜야 할 때인데 이번에도 역시 정치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