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은 사촌형제 간 공동 경영으로 재계에서 유명하다. 구자홍 ㈜LS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서 8년째 그룹을 잡음없이 이끌고 있다. 크고 작은 행사에 사촌형제 경영인들이 대부분 참석해 우애를 다지곤 한다.

구자홍 회장은 지난 26일 경기 안양 LS그룹 본사에서 열린 LS그룹 내 신기술 경영대회인 'LS 티페어'에도 사촌 동생인 구자열 LS전선 회장 등 오너 경영인들과 함께 참석해 기술경쟁력을 꼼꼼히 점검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다만 사촌 간의 동반자십을 고려할 때,구자홍 회장이 추후 그룹 회장 자리의 바통을 사촌 동생인 구자열 LS전선 회장에게 물려줄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구자열 회장은 그러나 "멀었다"고 했다.

◆구자열 회장 "형님이 이끌어야…"

재계 순위 13위인 LS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 씨가 2003년 11월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만들었다. 삼형제는 회사 출범 직후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8명의 아들에게 기업 경영을 맡겼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회장은 2003년부터 LS전선을 책임지며 LS를 이끌었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2008년부터는 ㈜LS 회장을 맡아 명실상부한 그룹 회장직을 수행해 왔다.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은 2008년 그룹의 모태인 LS전선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 전선과 엠트론 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다. 산전과 가온전선 부문은 구자엽 LS산전 회장이,동제련과 예스코 사업부문은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이 각각 맡아 계열사 간 사업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범 LG가인 LG와 LS,GS그룹 모두 장자 승계 전통을 지켜온 만큼 그룹 회장직이 구자열 회장 쪽으로 넘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재계에서 조용히 나온다. 구자홍 회장이 8년간 그룹을 대표해왔고 구자열 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지도 3년이 지났다는 점은 이런 관측이 대두되는 배경이다.

구자열 회장이 이와 관련,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LS 티페어'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2008년에 부문 회장제를 만든 후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사촌형제 간 우애경영을 지속하기 위해선 구자홍 회장이 그룹을 이끄는 게 좋다"며 "형님(구자홍 회장)께도 이런 생각을 전했다"고 했다.

◆구자홍 회장 "R&D 역량 길러야…"

LG전자 회장 출신인 구자홍 회장은 그룹 리더로서 연구 · 개발(R&D)과 기술 역량을 높이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LS는 성장동력인 R&D 역량을 길러 그린사업을 더욱 키워나가자"고 자리를 같이한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서 1시간30분가량 신기술을 개발한 연구원들로부터 일일이 설명을 듣고 2시간 넘게 비공개 토론 시간을 갖기도 했다.

구자홍 회장은 "미국인들은 애플과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을 기술로 유명한 4대 글로벌 기업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당연히 포함될 것 같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제외됐고 HP도 혁신 마인드가 부족해 도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경쟁과 변화가 심한 시기에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과 LG도 서로 협력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구자홍 회장은 1973년에 LG상사에 입사해 1987년 LG전자 상무로 승진한 뒤 2003년 LG전자 회장에 올랐다. 국제무역과 전자 기술 분야에 밝다.

구자열 회장은 국제금융 전문가로 손꼽힌다. 구자열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LS로 분리하기 전까지 주로 LG상사와 옛 LG투자증권에서 근무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