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동차를 '종합 과학체'라 부른다. 2만개 이상의 단순 부품이 모인 후 일정한 조작 장치에 따라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기계여서 붙여진 말이다. 물론 자동차 외에 선박이나 항공기 등도 과학체로 분류되지만 조종 가능한 사람이 한정돼 있어 '운전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다른 말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기계예술'로 칭하기도 한다.

자동차와 예술의 실제 접목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초창기 자동차는 주로 화가들의 그림이나 조각에 예술적 소재로 등장했다.

파리 포트 마이요에 세워져 있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회사 설립자 에밀 르바소(Emile Levassor · 1843~1897)의 조각상은 프랑스 자동차의 자존심 차원에서 만들어졌지만 자동차도 분명 예술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자동차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린 사람으로는 에토레 부가티(Ettore Bugatti · 1881~1947)도 빠지지 않는다. 부가티는 평소 "사각형 피스톤이 아름답다면 서슴없이 원형을 버리고 사각형을 따르겠다"고 했을 만큼 자동차에 있어 예술적 감각을 중요히 여긴 인물이다.

초창기 자동차와 예술의 만남이 주로 디자인에 집중됐다면 최근 등장하는 자동차 예술은 색채로 구분된다. 다양한 색상이 만들어지면서 자동차 또한 단순하고 통일된 색에서 벗어나 예술(Art)이 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팝 아트(Pop Art)'라는 대중예술이 가미되면서 자동차 외형이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는 중이다.

대표적인 색상 예술의 자동차,이른바 '아트 카(Art Car)' 분야를 주도하는 기업은 BMW와 폭스바겐이다. BMW는 지난 21일 개막된 한국국제아트페어에 미술계 악동으로 평가받는 제프 쿤스와의 17번째 협업 작품인 'M3 GT2' 아트 카를 전시했다.

이외에 현대 미술의 거장 켄 돈,미국 팝아트의 대가 로이 리히텐슈타인,팝 아트의 창시자 앤디 워홀 등도 BMW 아트 카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BMW가 아트 카 제작자로 유명 예술인을 선택했다면 폭스바겐은 대중 속에 숨어 있는 예술가를 찾아 아트 카 작업을 진행했다. 뉴 비틀 '플라워(Flower)'와 '사파리(Safari)'는 뉴 비틀 아트 카 선발대회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며, 팝 아트의 형태로 담배케이스를 연상시키는 뉴 비틀과 얼룩말 무늬의 뉴 비틀, 수학공식을 이용한 뉴 비틀 등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의 모습에 뉴 비틀을 투영했다.

물론 아트 카는 국내에서도 시도된 바 있다. 2007년 한국지엠이 당시 마티즈 아트 카인 '카티즈(Catiz)'를 선보였고,모터쇼 대학생 디자인포럼의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가치가 있는 예술작품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는 말을 들으며 1회성 이벤트에 그치고 말았다. 만약 마티즈의 예술 변신이 지속됐다면 아트 카 주도국에 한국이 포함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