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채권단이 올해 말로 예정된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 졸업을 위해 회사 공개 매각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인수 희망자가 나타날지 여부와 함께 채권단 지분을 우선 취득할 수 있는 권리(우선매수청구권)를 갖고 있는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을 위한 방안으로 기업 매각과 워크아웃 채권 리파이낸싱(차환) 등 두 가지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채권단은 최근 국내외 주요기업과 PEF(사모펀드),기관투자가 등 광범위한 잠재적 투자자들을 상대로 오는 29일까지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투자자들은 신주와 구주(채권단 보유 지분) 인수 중 원하는 방식으로 투자 규모를 선택할 수 있다. 매각 자문사로는 산업은행 M&A실과 딜로이트안진 등이 선정됐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경영권 인수를 원하는 전략적 투자자(SI)가 있을 경우 M&A(인수 · 합병)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LOI 접수 후 채권단과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문사 관계자는 "관심을 보이는 국내외 기업과 사모펀드(PEF)들이 있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2011년 말 만기가 돌아오는 5100억원 규모의 워크아웃 채권에 대한 리파이낸싱을 통해 원금을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수의 금융회사 대출자금으로 만기 3~5년 신디케이트론을 구성해 워크아웃 채권을 갚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신디케이트론 모집액이 부족하면 600여개 비금융회사들이 보유한 2400억원 규모의 채권(비협약 채권)을 우선 상환하거나 팬택의 내부 자금을 태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비협약채권을 상환하지 못하면 연말로 계획된 워크아웃 졸업이 연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팬택 매각의 변수로 IT(정보기술) 산업 경기와 박 부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꼽는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전쟁 등으로 휴대폰 시장 경쟁이 전례없이 격화되고 있다. IT 업황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팬택 매각은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경영권 매각보다는 리파이낸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금융권 관계자)는 분석도 나온다.

박 부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 외에 스톡옵션(지분율 9.6%)도 갖고 있어 경영권 향배를 좌우할 중대 변수다. 우선매수청구권은 기업을 팔 때 경쟁기업이 제시한 가격과 똑같은 가격에 회사를 우선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팬택 매각은 박 부회장을 빼놓고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6년 4000억원가량의 적자를 내고 2007년에 팬택을 워크아웃 기업으로 만들긴 했으나 현재로선 그만한 경영자를 찾기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박 부회장은 이와관련, "머릿속에 계산은 서 있다"고 밝혀 복안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대형 PEF 관계자는 "박 회장에 대한 채권단의 신뢰도 두텁기 때문에 팬택을 인수하려는 쪽은 박 회장과 같이 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좌동욱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