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푸틴이 내년 대선 후보로 나서 대통령 직에 복귀하고, 메드베데프는 통합 러시아당과 내각을 이끈다는 결정을 전격 발표한 데 대해 러시아 정계는 지지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과 여당 지지자들은 두 지도자의 이 같은 결정을 정치 안정화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야권은 정치적 정체와 사회 붕괴를 가져올 최악의 결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크렘린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의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가 아주 지혜로운 결정을 내렸다” 며 “두 지도자가 비판론자들이 지적해온 것과 달리 서로 간에 아무런 갈등이 없으며, 국가의 이익을 개인적 이익보다 우선시한다는 점을 증명해 보였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체첸과 인접한 카바르디노-발카리야 자치공화국 수장 아르센 카노코프도 “푸틴의 대통령직 추대는 러시아가 마침내 불안정기를 벗어났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전 사회적 스트레스를 배제한 이 같은 정치적 승계는 시민사회 제도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담보”라고 강조했다.

알렉산드르 쥬코프 부총리는 “예상치 못한 결정”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하면서도 “올바른 선택이며 선거와 정부 정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학자 미하일 레미조프도 “푸틴의 대통령직 복귀는 정치적 안정성을 높이고 강한 권력 통합을 가져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치학자 알렉세이 마카르킨은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결정은 적어도 차기 총선이 예정된 2016년까지는 지금의 이중권력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 이라며 “이 체제가 (푸틴 대통령의 차기 임기가 끝날) 2018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정치학자 세르게이 마카로프는 “메드베데프 총리가 이끌 내각은 현재의 장관들을 대부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다만 “경제 성장률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은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대와 비판적 평가도 만만찮았다.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과 마찬가지로 이날 전당대회를 개최한 최대 야당 공산당 당수 겐나디 쥬가노프는 여당의 이번 결정이 러시아의 정치 상황에 아무런 변화도 가져 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4년 동안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의 이중 권력은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한 것이 없으며, 정부는 여전히 비전문적이고 수준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다” 며 “이중권력의 자리 교체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근 10년 동안 상원 의장을 지내며 크렘린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다 지난 5월 푸틴 총리가 이끄는 통합 러시아당을 비판한 뒤 의장직에서 쫓겨난 세르게이 미로노프 ‘정의 러시아당’ 원내대표도 “통합 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뉴스를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그는 그러면서 “통합 러시아당이 추대하는 대선 후보(푸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주의 성향의 야당 ‘야블로코’ 당수 세르게이 미트로힌은 “이중권력의 자리 교체는 현대화가 아닌 정체를 향한 길” 이라고 규정한 뒤 “이제 국민이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12년 동안 이어지는 것을 허용할지 답해야 할 차례”라며 선거를 통한 여당 심판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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