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서 네 번 반등했지만…마지노선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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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03P 급락…블랙프라이데이
외국인 선ㆍ현물 1조7000억 팔아치워 '털썩'
연기금ㆍ펀드자금 저가매수 땐 수급 실마리
외국인 선ㆍ현물 1조7000억 팔아치워 '털썩'
연기금ㆍ펀드자금 저가매수 땐 수급 실마리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유증으로 전 세계 증시가 비틀대고 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5.73%(103.11포인트) 급강하한 1697.44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현물과 선물 시장에서 총 1조7824억원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전날 글로벌 증시 폭락에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8개 그리스 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을 두 단계씩 강등했다는 소식이 낙폭을 키웠다. 코스피지수가 14개월여(2010년 7월8일 이후) 만에 1700선을 내주면서 증권가에는 바닥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마지노선 1700선의 신뢰도는
우울한 경제 전망과 글로벌 대형 은행들에 대한 잇단 신용등급 강등 속에 '뱅크런(예금 대량 이출)'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증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일부 유럽 증시 외에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월드인덱스 등 주요 지수가 연중 저점이 붕괴됐다"며 "현재 상황에서 바닥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FOMC 회의 이후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국제통화기금(IMF) · 세계은행 연차총회 등 글로벌 이벤트에 기대할 게 별로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날 오후 G20 재무장관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지만 코스피지수는 낙폭을 줄이지 못했다.
그러나 1700선 아래로 크게 이탈하진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악의 신용경색 국면으로 가기보다는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유럽 각국이 결국 상호 공조하게 될 것"이라며 "1700선이 붕괴됐지만 수차례 테스트를 거친 1700선 전후는 박스권 하단으로 아직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현재 치솟고 있는 원 · 달러 환율 안정이 1700선 전후를 지켜낼 모멘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을 포함한 G20 소속 7개국 정상이 '흑자국의 경쟁적 평가 절하 억제'를 정책 대안으로 제시한 만큼 원 · 달러 환율은 1180~1200선에서 고점을 형성한 후 안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외 악재 속 구원투수는
국내 수급 상황은 나쁘지 않다. 연기금이 꾸준히 주식을 사고 있는 데다 주가가 급락할 때마다 국내 주식형펀드로도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어서다. 이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 유입은 크게 둔화됐지만 지난 5일 코스피지수가 1800선 아래로 밀려난 뒤 6일과 7일 이틀간 각각 1597억원과 1044억원이 유입됐다. 반짝 반등하던 지수가 14일 1740선으로 3.5% 급락한 다음날에도 2000억원가량의 자금이 들어왔다. 지난달 이후 21일까지 주식형펀드로 유입된 3조70억원 중 절반이 넘는 1조9076억원이 1800선 아래에서 들어왔다.
이렇게 유입된 자금이 본격적인 저가 매수로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도 반등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연말까지 자산운용사(투신)가 살 수 있는 주식 규모가 8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5월 이후 재개된 펀드 자금 유입이 현 속도를 유지할 경우 연내 6조원 이상이 추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고,90% 초반대로 낮아진 펀드 내 주식 비중이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경우 최대 8조6000억원의 매수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올해 투자 비중을 채우기 위해서는 최대 3조8000억원의 자금 집행이 가능하고,자문형 랩도 9000억원가량의 추가 매수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손성태/강지연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