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이 시동을 걸자마자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출범 하루 만에 영업정지 저축은행 7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는 등 초속도전에 돌입했다. 대검찰청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기존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저축은행 수사는 금융감독원에서부터 신속하게 넘어왔다. 금감원은 지난 18일 토마토 · 제일 · 제일2 · 프라임 · 에이스 · 대영 · 파랑새 등 7개 저축은행을 영업정지한 후 하루 만인 19일 밤 이 중 에이스 · 토마토 · 제일 · 대영 · 파랑새 등 5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영업 중인 다른 저축은행 6곳도 고발대상에 포함됐다. 권익환 단장(사진)은 "일반적으로 금감원에서 집중검사를 거친 뒤 검찰에 고발하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이라며 "우선 영업정지 저축은행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수사단은 고발되지 않은 제일2와 프라임까지 출범 하루 만에 압수수색했다.

수사 대상인 저축은행 수가 많은 만큼 예금주들의 피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도록 하고 수사보안을 유지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뱅크런'을 우려해 영업 중인 가운데 고발된 6곳은 명단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권 단장은 이들 6곳에 대해서는 "당장 수사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이런 속도라면 올해 안에 수사에 들어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압수수색을 당한 저축은행들은 당황하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구행 행장이 투신 자살한 제일2저축은행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검찰에 따르면 정 행장은 피고발인이 아니었고 자택도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그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에는 "최근 매각과 관련한 실사가 진행 중인데,실사가 잘 안 될 수 있다는 우려,고객들에 대한 미안함,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임도원/김병일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