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OMC '실망'…주말 글로벌 공조에 '희망'
코스피지수가 22일 50포인트 이상 급락하면서 1800선 붕괴 위기에 몰렸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탓이다. FOMC는 시장이 예상했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채 매도 · 장기채 매수) 외에 더 이상의 '화끈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는 단기적으로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논의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와 BRICS(브릭스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재무장관 회의,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등의 결과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1800선 턱걸이

美 FOMC '실망'…주말 글로벌 공조에 '희망'
코스피지수는 이날 53.73포인트(2.90%) 급락한 1800.55에 마감했다. 전날 미 증시 하락으로 외국인이 3011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현 · 선물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4564억원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서 낙폭을 키웠다. 연기금이 장 막판 구원투수로 나섰으나 1800선을 지켜낸 데 만족해야 했다.

지수 급락은 미 FOMC에 대한 실망 때문으로 분석된다. FOMC는 6~30년 국채 4000억달러어치를 매입하는 대신 같은 규모의 3년 미만 국채를 매도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발표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결과는 예상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더 이상 쓸 만한 '카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미국 쪽 정책 기대감은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탈리아 금융업체의 신용등급 강등도 투자심리를 억눌렀다. 이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 BS금융지주는 7.45% 급락했고 KB금융(-5.57%) 하나금융(-5.14%) DGB금융지주(-4.42%) 등도 큰 폭으로 내렸다. "경제전망에 상당한 하방 리스크가 있다"는 FOMC의 부정적인 경기 진단도 악재였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경기 진단은 4분기부터 경기가 본격적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도 더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글로벌 공조 여부 주목

미국 FOMC 회의 결과가 증시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눈은 다시 유럽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글로벌 공조 여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주말 예정된 IMF와 세계은행그룹(WBG) 연차총회,브릭스 재무장관 회담 등을 통해 유럽 국채 매입 등 현실성 있는 방안이 마련될지가 관건이다.

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은 유럽의 신용경색 우려가 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글로벌 공조의 필요성은 한층 더 커졌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브릭스 국가들이 남유럽 채권 매입에 나서기로 한다면 위기의 끝자락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획기적인 공조 방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김상백 레오투자자문 대표는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국가가 한번에 구체적인 공조 방안을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며 "다음주 예정된 독일의 유럽재정안정기금(ESFS) 증액 표결 결과와 내달 초 그리스 지원금 확충안 결정 여부까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강지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