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교양프로그램 'MBC스페셜'은 23일 밤 11시15분 '다이신, 할머니를 유혹하다'를 방송한다.

프로그램은 일본 내 불경기로 백화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와중에 홀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도쿄 다이신 백화점의 성공 전략을 소개한다.

일본 도쿄 오타(大田)구 쇠락한 상점가에 위치한 다이신 백화점. 다이신이 위치한 오타구 지역에는 대형 백화점과 마트 8개가 치열하게 상권을 다투고 있다. 8개의 거대기업들을 물리치고 다이신은 6년 연속 지역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다. 매출 1위의 비밀은 30년 넘게 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단골 할머니들이다. 할머니들이 매일 가고 싶은 백화점. 그들은 왜 다이신에 열광하는 것일까.

다이신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다이신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모두 18만여 종. 칫솔 종류만 300여 종이며 애완동물 사료는 1만여가지를 넘어선다. 일반 매장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색 상품도 많다. 100년 전통의 비누, 포마드와 새똥으로 만든 세안제는 물론 돼지털로 만든 칫솔, 분말 치약은 다이신의 스테디셀러이다.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원한다면 상품을 갖추어 놓는 것이 다이신의 경영철학이다.

노인들의 쇼핑 천국

하루도 빼지 않고 다이신을 찾는 고객은 160여명으로 주로 고령층이다. 노인용 캐리어, 보행기, 신발, 기저귀 등의 고령용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다른 매장에서 볼 수 없는 카세트 테이프, 세탁과 탈수 부분이 나뉜 2조식 세탁기 같은 구식제품들은 최신식을 다루기 힘든 노인들의 요구를 만족시킨다. 노인을 위한 배려는 매장 곳곳에서 드러난다. 생선회 3점, 김밥 1개 등 고령자의 양과 기호도를 배려한 소량팩 코너는 단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 이렇듯 다이신은 타 유통업체와는 차별화된 판매 전략으로 노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다이신 백화점의 성공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1964년 다이신을 창업한 다케우치 가문은 대기업을 표방해 점포를 7개로 늘렸다가 버블시대의 붕괴와 함께 100억 엔의 빚을 안고 무너졌다. 그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사람이 니시야마 히로시(西山敷·64) 현 사장. 건축 설계회사를 운영하다 다이신과 연을 맺은 그는 은행에서 20억엔을 빌려 창업가문이 보유한 주식을 사들인 뒤 2004년, 오너 사장으로 취임했다. 니시야마 사장은 고령자의 비율이 높은 오모리점 지역 특성을 강점으로 한 경영 방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사장 취임 1년 만에 빚을 다 청산했고, 6년 연속 흑자와 지역 매출 1위는 지역에 뿌리내린 백화점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평소엔 포근하고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지만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며 불호령을 내린다. 니시야마는 "내가 만든 회사가 아니니까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중심인지, 누가 우두머리인지 알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며 "이 회사는 제가 구심력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되므로 그러기 위해선 히틀러가 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니시야마는 방송을 통해 경영비법을 공개했다.

첫째는 고객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는 매장에 얼굴을 자주 비친다. 사장이 접객에 직접 나서니 직원들도 더 열심일 수밖에 없다. 영업시간 중에 상품 진열을 하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언제나 보이는 곳에 직원이 있어 고객이 필요로 할 때마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두번째는 "반경 500m 점유율 100% 주의하라"다. 다이신이 위치한 오타구 지역에는 대형마트와 대형슈퍼 체인점이 무려 8개나 포진해 상권을 다투고 있다. 하지만 다이신의 반경 500m 지역은 어떤 거대자본도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 특별한 백화점이 지역 상권의 무려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에 이동거리가 짧은 다이신은 고령자를 집중 공략하는 소(小)상권 전략을 쓰고 있다. 다이신은 편도 500m를 최대 상권으로 정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번째는 "지역에 환원하라"다. 다이신은 3년 전부터 지역 주민들을 위한 마쯔리 축제를 열고 있다.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백화점 주차장에서 마쯔리가 열린다. 니시야마 사장은 고객, 아이들, 주변 지역 상점에 직접 초대권을 돌리며 마쯔리를 홍보한다. 다이신은 마쯔리를 여는 데 회 당 1000만엔의 예산을 들인다. 회사의 이익을 지역 주민들에게 환원하면서 마쯔리의 추억과 즐거움을 선물하는 것이 보람차다고 니시야마 사장은 말한다.

제작진은 "불경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백화점의 경영비법을 통해 참된 경영철학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부수정 기자 oas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