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모투자펀드(PEF)에 관심을 쏟는 중소형 증권사가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기업공개(IPO)나 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이 줄어든 것이 한 요인이다. 또 중소형사는 인수 · 합병(M&A) 등 메가 딜을 주관할 기회가 적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PEF를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형 증권사에 사모펀드 바람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증권사가 위탁운용사(GP)로 참여해 등록된 PEF는 8개다. 작년 한 해 동안 등록된 10개와 맞먹는다. GP는 대형사에 속하는 현대증권을 제외하고는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중소형사에 집중됐다. 다른 중소형 증권사도 잇따라 PEF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PEF를 신설하거나 관련 팀을 따로 꾸리는 등 PEF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다음달 프라이빗에쿼티(PE)팀을 만든다. 비상장 기업에 투자한 '퓨처1호펀드'가 내년 초 투자금을 회수하면 비슷한 규모와 컨셉트의 PEF를 만들 계획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내년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내년 중 2000억원 규모의 PEF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000억원 펀드 2개를 만든 데 이어 세 번째다. 특히 기업의 재무안정을 돕기 위해 만든 'IBK리커버리PEF'는 투자율을 연내 20%에서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지난달 동반성장PEF를 출범한 하이투자증권은 내년 1000억원 규모의 펀드 2개를 만들 계획이다.

현대증권도 M&A팀을 PE팀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접투자로 틈새시장 겨냥

중소형사들이 PEF에 집중하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과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증권사들이 GP로 참여했을 때 투입하는 금액은 전체 출자약정액의 10% 안팎.여기에 1%가량의 관리보수와 성공보수,투자 수익 등이 더해지면 수익률이 높아진다.

빅딜을 주관할 기회가 적은 중소형사들의 자구책이기도 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대형 증권사들이 몸집을 불리는 상황에서 빅딜을 맡을 기회는 더 적어지고 있다"며 "반면 주로 코스닥 업체를 발굴해 상장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유망 벤처기업을 고르는 눈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고 부동산도 침체를 겪으면서 시중 유동성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것도 PE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에 정책금융공사가 6000억원 규모 PEF를 모집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전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