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지용(1902~1950)의 산문집 '꾀꼬리와 국화'(깊은샘 펴냄)가 발간됐다.

고운 시어로 유명한 정지용은 일제시대 당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번갈아가며 수필을 기고한 수필가이기도 하다.

정지용은 자신의 시집에 수필을 넣기도 했다. '정지용 시집'(1935년)에는 '밤' '램프'를, '백록담'(1941년)의 '노인과 꽃' '꾀꼬리와 국화' 등이 그의 대표작.

신간은 서울여대 이숭원 교수가 정지용의 흩어진 수필들은 모아 엮은 것이다. 수필 제목 중 하나인 '꾀꼬리와 국화'를 제목으로 정했다.

정지용은 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수필에서도 사물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수필 '램프'에서는 고풍스러운 흰색 갓에 대해 "그 흉측하기가 송충이 같은 석유를 달아 올려 종이 빛보다도 고운 불이 피는 양이 누에에게 푸른 뽕을 먹여 고운 비단을 낳음과 같은 좋은 교훈이외다"고 표현했다.

산문집 제목으로 쓰여진 '꾀꼬리와 국화'에서는 1937년 북아현동으로 이사했을 당시를 설명했다.

"바로 이 동네 인사들도 세간에 시세가 얼마며 한 평에 얼마 오르고 내린 것이 큰 관심거리지 나의 꾀꼬리 이야기에 어울리는 이가 적다. (중략) 꾀꼬리가 바로 앞 나무에서 우는 것이었다. 나는 뛰어나갔다. 적어도 우리 집사람쯤은 부지깽이를 놓고 나오든지 든 채로 황황히 나오든지 해야 꾀꼬리가 바로 앞 나무에서 운 보람이 설 것이겠는데, 세상에 사람들이 이렇듯이도 무딜 줄이 있으랴."('꾀꼬리와 국화' 중)

이 책에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 후 노년의 경지에 이르러서야 꽃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노인과 꽃', 평양 의주 부산 통영 등을 둘러본 감상을 담은 기행문, '문장'지 등에 쓴 시론과 평론 등이 담겨져 있다.

이숭원 교수는 여는 글에서 "그의 산문에는 문학만이 아니라 음악이나 미술, 영화, 무용 등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다양한 관심이 나타나 있다" 며 "일제강점기의 둔탁한 고문투를 털어내고 지금의 어법으로 바꾸어 놓으니 청신한 느낌이 햇살처럼 피어난다"고 말했다

정지훈의 대표작으로는 고향의 그리움을 서정적 문체로 표현한 시 '향수'와 어린 자식을 잃은 슬픔을 비유한 시 '유리창', 그리움을 안고 찾아온 고향에서 느끼는 상실감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 '고향' 등이 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