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주목하는 작곡가는 쇼팽
최근 발견된 왈츠곡으로 음원 발매
"이전보다 성숙한 연주 들려주고파"
"카네기홀 상주음악가로 다양한 활동할 것"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현란한 테크닉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郞朗·42). '가장 핫한 피아니스트', '몸값이 가장 높은 피아니스트' 등 화려한 수식으로 반짝이던 20·30대를 거쳐 40대에 접어든 랑랑을 최근 청담동 유니버설 뮤직 사옥에서 만났다. 한국계 피아니스트인 그의 아내 지나 앨리스(30)도 함께했다.
'랑랑표' 쇼팽으로 세계 투어
그는 지난 11월 쇼팽의 미공개 왈츠를 음원으로 발매했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쇼팽의 왈츠가 그의 초연을 통해 세상에 공개된 것. "뉴욕타임스에서 근무하는 친구한테 연락이 왔어요. 200여년 전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는 쇼팽의 곡이 발견됐다고요. 농담인 줄 알았는데, 데모와 악보를 보내더군요. 멜랑콜리하고 시적인, 누가 봐도 쇼팽의 곡이었죠."
"소나타, 스케르초, 발라드 같은 자주 연주되는 쇼팽 보다는 폴란드 무곡을 토대로 한 작품 마주르카를 하면 어떨까 했어요. 쇼팽의 폴란드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죠. 같은 폴란드 무곡 폴로네이즈와 좋은 조합이 될 것 같아 함께 연주하기로 했어요."
"삶의 밸런스가 과제"
랑랑은 한국 팬들에게 '랑서방'이라고 불린다. 2019년 한국계 독일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와 결혼하며 생긴 애칭이다. 랑랑의 음악적 성숙에는 음악적 동반자인 아내 지나의 역할이 컸다. 지나는 "AI의 발전도 그렇고 요즘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오랜 시간을 거쳐 사랑받아온 클래식 음악의 가치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작곡과 프로듀싱에도 재능을 보이는 지나는 남편 랑랑과 함께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월 발매한 랑랑의 '생상스' 음반에서는 '동물의 사육제' 제2피아니스트로 참여했다. 지난 9월에는 클래식이 아닌 R&B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나는 "팝과 클래식, 두 개의 음악 심장이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리퍼블릭 레코드와 작업한 팝 음반을 통해 나를 표현해봤다"고 말했다.
"요즘엔 클래식에 집중하고 있어요. 카네기홀 상주음악가라는 좋은 기회를 얻어 색다른 작업을 하려고 해요. 가스펠 곡들,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과의 듀엣,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등 많은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어요."
랑랑은 평소 "아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인 그에게 남편이자 아버지라는 역할이 추가됐다. 주어진 역할이 늘어난 만큼 삶의 균형을 찾는 게 40대 랑랑의 과제인 듯 했다.
"새 레퍼토리가 많아서 연습을 해야하는데,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아들과의 시간도 포기할 수 없고요. 아들은 저희가 연습하려고 하면 자기랑 놀자며 못하게 하기도 해요. 삶의 밸런스를 찾는 게 중요한데, 이게 정확한 지점을 찾는 게 참 어렵네요. 중년의 연주자, 쉽지 않습니다.(웃음)"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