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확보 서둘러라"…증자ㆍ채권발행 봇물
증시가 조정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서둘러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양애경유화를 비롯한 9개 상장사가 최근 한 달 새 각각 1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결의했다. ㈜동양과 애경유화는 지난 15일 각각 838억원과 713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

대우증권은 지난 7일 1조4000억원 규모,큐렉소는 2일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결의했다. 지난달에는 밀폐용기 전문업체 락앤락(1350억원)과 엠텍비젼(150억원)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서한(94억원),코아스(70억원),대우부품(57억원) 등도 일반공모나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을 진행하고 있다.

주가가 조정을 보이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증자 자체가 주가에 부담을 주는 데다 투자자 모집도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자에게 유인책을 주기 위해선 할인율을 크게 해야 하는데,이 경우 원하는 자금 규모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빨리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채권 발행도 서두르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날 1조1500억원이 넘는 토지수익연계채권(만기 10년)을 발행했다. 금리는 연 4.01%를 보장하고 발행 5년이 지난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LH에 채권을 되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도 붙였다. LH는 당초 1조원어치만 발행하려 했으나 시장상황이 불투명한 점을 감안해 발행 규모를 1500억원 늘렸다.

포스코(5000억원)와 KT(2500억원),한미약품(200억원) 등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들도 최근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했다.

안재광 기자 ahu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