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주 위주의 방어전략을 펴던 기관의 입맛이 대형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16일 자산운용사와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은 6118억원의 주식을 사들이며 7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전기전자(1624억원)와 운수장비(1272억원) 업종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이들 대형주의 강세가 이날 코스피지수를 4% 가까이 끌어올렸다.

기관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3522억원) 하이닉스(1899억원) 등 IT주에 대한 '사자'세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7거래일간 전기전자업종 순매수 금액은 7026억원으로 전체 순매수 금액(1조7548억원)의 40%를 차지했다. 현대위아 호남석유 등 '차(자동차) · 화(화학) · 정(정유)' 주식에 대한 매수 규모도 늘리고 있다. NHN KT LG생활건강 KT&G 등 내수주를 주로 사들였던 지난달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외국인도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대한 매수세를 재개했지만 순매수 상위 종목 중에는 삼성생명 이마트 롯데쇼핑 아모레퍼시픽 등 내수주 비중이 여전히 높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수주는 보유 비중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유럽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기관들이 벤치마크 대비 보유 비중이 낮아진 반도체 운수장비 철강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도주가 부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대형주 중심의 빠른 순환매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기아차와 제일모직에 몰렸던 기관 매수세가 이달 들어 현대위아 호남석유로 옮겨가는 등 업종 내 대표 종목 간 손바뀜도 활발하다.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는 동안 기관 매수 종목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김중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이후 주가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보유 비중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자산운용사(투신) 보유 비중이 높은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