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내부 직원의 무단 거래로 20억달러(2조2250억원) 규모 손실을 봤다.

로이터통신은 15일 UBS 성명을 인용,"UBS 투자은행 부문의 한 트레이더가 상급자 승인 없이 시행한 거래로 은행에 20억달러의 손실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안드레아스 케른 UBS 대변인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미승인 거래로 인한 손실로 3분기에 적자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에게는 피해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 상품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영국 경찰청은 "직위를 남용해 대규모 미승인 거래를 한 혐의로 31세 남성이 이날 오후 런던에서 긴급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내부 직원의 무단거래로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스위스 증시에서 UBS 주가는 장중 한때 7%이상 급락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UBS의 관리능력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ZKB의 클로드 젠더 애널리스트는 "UBS에서 이런 식의 일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에 놀랐다"며 "UBS의 위험관리에 허점이 노출되면서 UBS가 어렵게 되찾은 신뢰를 다시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쿠퍼 BGC파트너 애널리스트는 "UBS의 '범죄자 트레이더'는 아마도 파상상품 거래 담당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BBC방송은 외환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크리스 뢰벅 카스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이번 사건은 무책임하게 고수익을 노리는 '카지노 뱅킹'을 둘러싼 논쟁에 불을 지필 것"이라고 전망했다.

UBS의 망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UBS는 2008년 투자은행 부문이 보유하고 있던 막대한 부실 자산이 대규모 손실로 이어져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앞서 2008년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에선 제롬 케르비엘이라는 트레이더가 미승인 거래로 49억유로의 손실을 초래했다. 1995년에는 닉 레슨이라는 트레이더가 8억파운드의 투자 손실로 베어링은행을 파산시킨 전례도 있다.

한편 스위스 금융감독당국과 스위스중앙은행은 사건 관련 입장과 잠재 손실 규모에 대한 입장을 밝히길 거부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