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창당하면 의원 수십명 갈 것"
최근 한나라당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사람이 있다. 3선의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사진)이다. 그는 15일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원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지도부에 대해선 "'안풍(안철수 바람)'이 지나간 듯 보이지만 더 강력한 태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며 자기성찰을 하겠다던 원 최고위원이 자청해서 총대를 멘 이유는 간단하다. 위기의식 때문이다. 그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태와 안풍에 대처하는 한나라당을 보며 입을 여는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고 했다.

원 최고위원은 안철수 교수가 새 정당을 꾸린다면 정가에 끼칠 파급력과 후폭풍이 엄청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안풍보다 더 강력한 '제2의 태풍'이 돼 여의도를 강타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안 교수가 창당할 경우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에서 밀려난 많은 '식솔'들이 새 정당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수십명을 거느린 정당이 순식간에 급부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안 교수에 대해 수천명이 모이는 청춘콘서트를 통해 '전국 대선유세'를 이미 시작한 정치인으로 규정했다. 원 최고위원은 "국민을 포용할 수 있는 헌신과 자기희생을 보여준 인물이기 때문에 기성 정치인들은 못 당한다"며 "안 교수는 국민들에게 바이러스 백신이라도 줬는데 한나라당은 한 일이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비판의 화살은 박 전 대표에게로 옮겨 갔다. "박 전 대표가 갖고 있는 '국민에게 군림한다'는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침묵정치''방관정치'는 끝났고 앞으로 본격적인 위기를 맞게 됐다"며 "흔들리는 게 정상 아니냐.앞으로 더 흔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빨리 '궁궐' 이미지를 깨고 국민 앞에 온몸을 던지는 리더십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 최고위원은 "당은 서민들의 애환을 아는 비(非)엘리트 인물을 빨리 영입해야 한다"며 "위기 때마다 음모론과 자해정치라고 치부하는 이념정치와 색깔론 구도로는 앞으로 선거에서 줄줄이 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