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문별 실적 개선 신호..'완전한 턴어라운드' 숙제

"큰 회사가 CEO(최고경영자) 한 사람 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좋아진다고 기대하지 말아달라. 항공모함이 바뀌는데 돛단배처럼 바뀌지 않는다."

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이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가전쇼(CES)에서 한 말이다.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그는 지난해 9월17일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스마트폰 대응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했다.

15일 LG전자 등에 따르면 사령탑에 오른 지 1년째, 또 지난 3월18일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6개월째인 구 부회장은 환율 변동, 원자재 값 급등, 유럽 경제위기, 북미 경제불안 등 경영 악재에도 '독한 LG'를 강조하며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 사업 부문에서 실적 개선의 신호가 보이고 있고, 휴대전화 부문의 적자 규모도 지난해 3분기 3천38억원에서 올해 2분기 547억원으로 줄였다.

그럼에도, LG전자가 2009년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가 작년 '스마트폰 쓰나미'로 곤두박질한 상황에서 가시적인 경영 실적을 더 보여줘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 체질 강화와 미래 준비 = 구 부회장은 취임 직후 '사업부 중심의 완결형 체제 구축'을 내걸고 사업 경쟁력 강화, 인재 발굴, 연구·개발(R&D) 투자,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에 힘써왔다.

먼저 선진시장 경기 악화, 환율 급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대비하려면 제품 경쟁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대전화, TV, 모니터, PC 등 3D로 찍고 보고 즐길 수 있는 3D 토털 솔루션 등 세계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품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 인재 육성을 위해 역량과 성과가 뛰어난 R&D 및 전문직군의 부장을 임원급으로 특급 대우하는 '연구·전문위원 제도'를 품질, 생산기술, 상품기획 분야로 확대했고 향후 금형 등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경영진이 직접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채용 행사를 열어 해외 이공계 엘리트 유치 활동을 벌이고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13개 대학과 '맞춤형 R&D 인재' 확보를 위한 산학 협약(MOU)을 맺었다.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기업 인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LS엠트론 공조시스템 사업 부문을 인수해 종합 공조 및 에너지 솔루션 업체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달 말 수처리 전문업체인 대우엔텍을 인수해 ▲설계시공(EPC, 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기자재 제조·공급(MFG, Manufacturing) ▲시설 운영·관리(O&M, Operation & Maintenance) 등 종합 수처리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는 역량을 갖췄다.

이달 초에는 경기 평택시 진위면 278만㎡ 부지에 2014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자해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수처리 등 미래성장동력 사업의 R&D 및 생산 거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구 부회장은 협력회사를 '함께 1등 하기 위한 공동운명체'로 규정해 지난 5월 서울 서초R&D센터에서 1, 2차 협력업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 및 재무 역량 강화, 소통 및 파트너십 강화'를 기본 방향으로 하는 동반성장 전략을 내놨다.

직원 기 살리기 차원에서 국내는 물론 나이지리아, 세네갈, 앙골라,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법인 직원들에게 'CEO 피자'를 보내기도 했다.

◇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 =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LG전자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우선 휴대전화의 메가 히트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LG전자는 올해 옵티머스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 뚫기에 나섰지만, 애플의 아이폰, 삼성전자의 갤럭시 등과 같은 캐시카우 제품 개발이 시급하고, 이런 제품 없이는 '옵티머스'라는 브랜드 이미지마저 추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하나의 과제는 소프트웨어 기술력 확보다.

아이폰 등장 이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업체 간 경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LG전자의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풀이되고 있고 애플은 LG전자의 텃밭인 TV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으며 MS도 운영체제(OS) 경쟁력을 바탕으로 휴대전화와 태블릿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휴대전화에서 OS 업그레이드가 경쟁사보다 늦어 LG전자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더욱 뒤처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성장동력 사업의 조기 안착도 풀어야 할 숙제다.

LED 조명, 태양광, 수처리 사업은 회사 이익 창출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고 있다.

구 부회장은 단순히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현실화시키는 사업으로서 미래성장동력을 키워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분기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연 지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LG전자를 구 부회장이 완전히 부활시킬 수 있을지 투자자와 고객들이 주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