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급성장 뒤에는 처남·매제 '콤비경영'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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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제주항공
채형석·안용찬 부회장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
제주항공에 그룹 역량 집중…안전과 원가절감 노력 지속
안용찬 생활·항공부문 부회장
중국·베트남 등 신규노선 발굴…항공기도 늘려 요금 더 낮출 것
채형석·안용찬 부회장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
제주항공에 그룹 역량 집중…안전과 원가절감 노력 지속
안용찬 생활·항공부문 부회장
중국·베트남 등 신규노선 발굴…항공기도 늘려 요금 더 낮출 것
제주항공의 빠른 성장에는 처남 · 매제 사이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52)과 안용찬 생활 · 항공부문 부회장(54)의 '콤비 경영'이 자리잡고 있다.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항공업 진출을 진두지휘한 채 부회장은 2006년 첫 취항을 앞두고 제주항공 경영을 안 부회장에게 맡겼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적자를 내면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국내 최대 저가 항공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안 부회장의 경영 수완에 채 부회장의 절대적 신뢰가 더해지며 시너지를 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애경그룹은 앞으로 제주항공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그룹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채 부회장은 "올 하반기 수익선 다변화 등을 위해 중국과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신규 노선 발굴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4시간 이내 비행이 가능한 해외 도시에 대한 취항을 확대하고 항공기 수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며 "이를 통해 추가로 운임을 낮출 뿐 아니라 요금 인상 요인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상반기 경영환경이 좋지 않았는데도 흑자를 냈습니다.
"(채 부회장)지난해 하반기에 홍콩과 필리핀 마닐라,세부 등 동남아 노선에 신규 취항하면서 수익선을 다변화한 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지진과 고환율에 따른 일본 노선의 부진을 국내선과 동남아 노선에서 상쇄한 셈이죠.기종 단일화를 위한 Q400 항공기 매각이 지난해 순조롭게 마무리돼 원가 구조도 크게 좋아졌습니다. "
▼아시아 최대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조짐인데요.
"(안 부회장)경쟁자가 많다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는 물론 기업에도 스스로 분발하게 하는 촉매제가 됩니다. 일부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절대적인 위협은 아닙니다. 제주항공의 목표는 4시간 범위 내에 있는 동아시아 주요 도시에 대한 시장 지배력을 키워 가는 것입니다. 경쟁사의 신규 진입은 저비용 항공사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제주항공이 빠르게 안착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채 부회장)가격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입니다. 취항 초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가장 안전하고 편리하게,합리적인 비용으로 모신다'는 철학으로 안전에 대한 투자와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만큼은 아끼지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취항 초에는 '불안해서 못 타겠다'는 얘기를 듣곤 했는데,이제는 '자리가 없어서 못 타겠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
▼외국 저비용 항공사에 비해 여전히 값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 부회장)유럽과 한국 시장 사정을 절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유럽의 저비용 항공사들은 도심 외곽에 있는 소규모 공항을 이용해 각종 시설이용료를 절감할 수 있지만,한국엔 그런 공항이 없습니다. 유럽은 노선을 개설할 수 있는 선택폭이 넓기 때문에 기단 확대가 쉽고,항공기 가동률을 높여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는 더블린이 거점이지만,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 제3국에 자유롭게 취항합니다. 반면 한국은 공항 활용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중국과 일본 등 이웃나라에 대한 취항이 제한돼 있습니다. 제주항공이 최소 25~30대 규모의 기단을 갖추고 주요 도시에 대한 취항이 자유로워진다면 유럽 수준은 아니어도 운임을 추가로 낮추거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인상 요인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전용 터미널 등 저가 항공사 지원을 요구하는 업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안 부회장)일본 나리타공항은 지난해 7월 저비용 항공사를 위한 전용 터미널을 2013년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일본에 저비용 항공사가 등장하기도 전입니다. 나리타공항의 발표가 나온 뒤 올해 ANA(전일본공수)와 JAL(일본항공)은 각각 2012년과 2013년 취항을 목표로 저비용 항공사를 설립했거나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동북아 시장을 둘러싼 아시아 저비용 항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항공사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자국 항공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내년부터 저비용 항공사를 위한 모의비행 훈련시설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
▼최근 항공사 간 조종사 빼가기 논란이 일고 있는데.
"(채 부회장)기업의 미래는 인재 양성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저비용 항공사가 대형 항공사도 포기한 조종사 자체 양성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항공사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 훈련생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제주항공은 조종사 지원자들의 선호도가 높아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습니다. 후발 항공사들의 상황을 고려해 매우 보수적으로 뽑고 있습니다. "
▼그룹에선 막내 계열사인 제주항공 경영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채 부회장)애경그룹은 1954년 창립한 한국에서는 꽤 오래된 장수 기업입니다. 제주항공은 사람으로 치면 52세에 낳은 '늦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취항 후 지속된 적자 등 성장통을 겪기도 했지만 이젠 많이 건강해지고 의젓해졌습니다. 아마 제주항공이 더 크면 생활용품,화학,백화점 부문 이상으로 제 몫을 다하겠죠.애경은 지금까지 생활용품,화학,유통 등을 20년에 한 분야씩 진출해 왔습니다. 향후 20년은 제주항공의 성장과 발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
▼제주항공의 장기 목표는 무엇입니까.
"(안 부회장)버스나 열차를 이용하는 것처럼 합리적인 비용으로 편리하게 항공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론 향후 10년 이내에 아시아 · 태평양권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항공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키우고자 합니다. 가끔 미주나 유럽 노선 취항 계획에 대해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이 같은 1차적인 목표를 이룬 뒤 준비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