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애플 디자인을 모방했다면 브리지스톤은 던롭 제품을 베꼈다는 말이냐.'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탭 10.1' 판매를 금지한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 현지 언론들을 중심으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애플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결정이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단선적이라는 점에서다.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은 지난달 애플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독일 내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10.1 판매 및 마케팅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삼성전자의 이의 신청도 기각한 바 있다.

◆"애플은 더러운 리더"

이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해당 재판부의 결정이 지나치게 섣부른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독일 뉴스 전문 케이블TV 방송사 n-tv는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9일 "뒤셀도르프 법원이 애플의 논거를 다소 순진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든다"며 "아이패드 이전에 발표한 비슷한 태블릿형 기기들도 직사각형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논거인 '긴박성'도 갤럭시탭 10.1을 발표한 지 몇 달이 지났을 뿐만 아니라 소니 도시바 등 다른 업체들이 내놓은 태블릿PC들이 비슷한 디자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애플은 더러운 리더"라며 "경쟁 업체들을 상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 회사로 비쳐진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너자이퉁(FAZ)도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FAZ는 "이번 판결로 태블릿PC를 내놓는 다른 업체들도 어디서부터 애플의 의장 특허를 위반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갤럭시탭 10.1이 세부적으로 어떠한 부분에서 애플의 의장 특허를 위반한 것인지 제대로 판시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FAZ는 특히 트위터를 인용해 "애플이 삼성과 HTC를 법정으로 몬다면 이것은 (타이어업체) 던롭이 브리지스톤을 제소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그들 또한 둥근 모양의 타이어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법원 결정을 비판했다.

◆삼성도 프랑스에서 '반격'나서

이 같은 비판 여론에는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이 지나치게 특허권자에게 친화적인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시각도 작용하고 있다. 미국 유명 로펌 피네건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부터 3년간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특허침해 소송에서 특허권자의 승소율은 63%로 글로벌 평균 35%의 2배에 달한다.

지나친 특허 소송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가로 유명한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대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기업의 성장이나 혁신이 아니라 특허 소송을 막기 위해 미국 기업들이 올해 투입한 금액이 무려 180억달러(20조원)"라며 특허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타임지도 '애플과의 특허 전쟁이 삼성전자에 의미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애플의 소송 전략이 결국에는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한편 AFP통신은 삼성전자가 최근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자사 휴대전화 기술 3건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프랑스 파리 지방법원에 제소했다고 12일 보도했다. 3G(3세대) 이동통신의 국제 표준으로 채택된 자사 기술을 애플이 허락을 받지 않고 썼다는 내용으로 현재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소한 내용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